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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디자이너 나음 Jan 03. 2022

나의 세계 _데미안

2022 나다움을 찾기 위한 글쓰기 3

데미안으로 본 나다움에 대한 세 번째는 

사람에게 주어진 각자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은 모두가 그랬고 특히 내가 그랬다. 분명 나는 밝고 진실한 세계에 속했지만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는 곳마다 다른 세계가 있었다. 나는 다른 세계에서 양심의 가책과 불안감이 느껴지는 으스스한 세계에서 이미 살고 있었다. 심지어 가끔은 그런 금지된 세계야말로 내가 가장 살고 싶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밝은 세계로 귀환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데도 마치 덜 아름답고 덜 재밌는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 데미안



내가 사는 세계는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는 구절입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오랜 나의 병인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떠올랐습니다. 

모든 일을 거절하지 못하고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바람이 

나를 얼마나 갇히게 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받은 상처가 나를 무감하게 만들기도 했음을 기억해 냈습니다.

주변의 것들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진 세계로의 일탈은 

나를 위한 삶을 꿈꾸며 금지된 세상을 열망하는 작은 아이였던 나를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밝은 세계만이 정답이라고 굳건히 믿었던 

어린아이는 내 마음이 어두운 세계가 될까 두려워 

스스로를 바라보지 못했고,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죄가 될까 두려워 

듣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옳은 것들이 존재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옳은 것을 틀린 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옳다는 생각은 다른 것들을 틀리게 만들기도 하지요. 


지금의 나는 흑백논리보다는 중간의 이야기를 더욱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방향과 흐름 그리고 나를 둘러싼 많은 환경에 따라 

생각과 태도가 변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되었기 때 문이죠. 


한 때는 당연했던 행동들이 어느 순간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 되어 버리는 상황을 인지하며,

변화를 내 삶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생각을 수정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나를 찾는 길에 꼭 필요한 역량으로 자라고 있죠. 


다시 데미안의 이야기로 돌아와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고 

선한 행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하죠.


때로는 나의 이익보다 타인의 편의가 중요하게 생각되기도 하며

나의 평안보다는 내 주변 사람의 평안을 더욱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타인을 위한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없어진 삶을 마주하게 되죠.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았던 

친한 친구, 그리고 친한 선후배의 관계에서 

나의 헌신과 희생이 줄어들고 

내 목소리가 생겨날 때, 

관계가 소원해지고 서로를 향한 알 수 없는 배신감에 

힘들어졌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연락을 하지 않으면 끊기는 관계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면 돌아서는 관계의 경험에서 

나는 타인의 시각에 맞춰 만들어진 

그리고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 똘똘 뭉쳤던 나의 세계가 무너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밝은 세계라고 믿었던 그 세상이 

나를 불안하게 하고 나를 작게 만들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나를 온전히 하는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타인의 부탁이 나의 상황보다 우선되는 습관을 온전히 버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의 목소리와 불편함을 인지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죠. 


금지된 세계 같았던 내 안의 소리가 

오답일 것 같았던 어두운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아닌 

나답게 살아갈 숨통이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생각하는 것,

너무 이기적인 것이지 않을까?

때로는 주춤하게 되기도 하고 

아름답지 못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타인의 외면에 대한 두려움에 휩쓸리게도 합니다. 


하지만, 타인의 외면보다 나 자신의 외면이 

더욱 무서운 것임을 내 안의 소리를 온전히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것이 

내 삶을 더욱 어둡게 함을 이제는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연락을 하지 않아도, 그리고 함께 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도

문득 생각나서 연락해도 괜찮은 관계도 있음이 

저를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바라며 

나를 죽이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내 안의 소리보다는 타인의 세상을 더 신경 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나만을 위한 삶을 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하는 삶에서 나라는 자아를 잃지 말자고 하는 말입니다. 


오늘은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해 주세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게 조금 떨어져 

나의 세계를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나누며,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 주세요.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그곳이 

밝기와 상관없이 내게는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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