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해 참기 힘들어진 날,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에는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 그토록 작은 빛이 오늘따라 얼마나 더 아름다워 보이던지. 나를 보며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과 높기만 한 건물들의 반짝임은 모두 무시한 채로 나는 나의 두 눈을 오직 별빛만으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홀린 듯이 별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친구들과 함께 놀던 놀이터가 내 걸음을 멈춰세웠다. 바뀐 거라곤 모래사장 대신 들어선 딱딱한 고무바닥이 전부인 이곳. 바닥 사이로 모래가 솟아있는 모습을 보면 이 바닥 아래에는 아직도 그때의 모래가 깔려 있구나 싶었다.
친구들과 나를 비추던 해가 떨어지고 밤이 깊어지자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조금 전의 행복을 놓아주고 싶지 않아서 그 자리를 서성이곤 했다. 그때 나의 눈을 밝혀주는 건 주홍빛의 오래된 가로등뿐. 그 빛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무서워진 나는 무서움을 떨쳐내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방금 내가 보았던 것처럼 작은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별과 마주한 순간, 내게 스며들었던 무서움은 사라지고 별에 대한 동경만이 나를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별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모래 바닥 위에 누워버렸다. 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별을 바라보기만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마치 잠에 든 것처럼, 그렇게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 속에서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별이 되고 싶어.'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다 보니 문득 뛰쳐나온 생각이다. 친구와 놀다가도, 게임을 하다가도, 공부를 하다가도 이따금씩 가슴이 미어지곤 했었는데 이 생각을 했을 때에도 왜인지 나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는 이게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단지 너무 어렸던 탓에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 그건 외로움이었다는걸.
사실 답답하다며 밖으로 나온 이유도 이것과 다르지 않았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걸 알아버려서, 그저 밖으로 나와 걷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며 이 감정에 통로를 만들고 싶었다. 더불어 어딘가에 있을 나와 같은 사람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더 답답하고, 그래서 더 외로웠다. 나는 결국 이런 사람인 걸까.
시답잖은 고민과 걱정, 그 외에도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문제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밤. 나는 어제도 늦은 밤을 걸으며 별에게 말했다. 나도 별이 되고 싶다고. 너처럼 가만히만 있어도 빛을 낼 수 있고, 그 존재만으로 다른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라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믿으며 오늘도 겨우 한 걸음을 내딛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조금씩 나를 잡아먹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된다고.
하지만 나는 삶이 있는 동안에 별이 되고 싶다.
내가 보았던 넓은 하늘을 채우는 아주 작은 별빛만큼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