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누군가를 사랑했겠죠. 그를 사랑할 때 당신의 눈빛은 어떤 색이었나요. 나는 궁금합니다. 무엇도 바라보고 있지 않는 것처럼 제 눈을 보고 있을 때면.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의미도 아닐 수 있겠구나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빛을 잃은 당신의 허기가 어떤 이에게는 별똥별의 일렁임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그것까지 사랑할 수 있었더라면 내가 바라보는 당신도 조금은 달랐을 텐데. 당신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당신을 사랑했던 이도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말하지 않음으로 사랑을 고했던 검은 해안가의 푸른 점하나. 나의 노래는 분명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삶의 어떤 구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당신을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나의 시간은 아직도 그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이별을 말하기에는 너무 짧은 순간 아닌가요? 당신과의 이별이 나에게는 그만큼이나 짧았습니다. 영원과 찰나가 구별되는 게 맞는 걸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찰나에 머물러 영원을 걷고 있는데.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서 당신의 걸음이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요. 어두운 밤의 햇살에, 정확히는 달의 표면으로부터 반사된 그것에게 위로받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말하길 "스스로 빛나지 않아도 돼. 존재해주기만 한다면." 분명히 뒷이야기가 있었습니다만, 더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따금씩 이명이 들리곤 합니다. 나를 깜짝 놀래키거나 듣기 거북한 소음은 아닙니다. 깊은 바닷속 어두운 심해의 잔상들이 남긴 발자국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건 형체가 없는 것에 대한 발자국입니다. 나의 문장이 당신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언제나 그 발자국에 짓밟혀 당신은커녕 수면 위로도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분명 당신이 말했던 존재의 달이 수면을 비추고 있었을 텐데요.
어떤 순간에는 소리 없이 노래했습니다. 옅은 숨조차도 죄스러워 호흡 없는 발성으로 말입니다. 한참을 생각했다는 찰나와 영원이라는 것을 인간의 행위로 정의한다면 이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그렇게 영영. 존재하지 않는 이가 되어버릴 테니까요. 나의 노래는 그렇게 종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노래가 끝나기 전에 한 가지 전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했듯 나도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나의 달이 되어준 당신을, 존재의 가치가 되어준 당신을. 당신을 잃은 밤이 더 이상 빛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습니까.
지금껏 저항했던 당신의 허기에
잡아먹히고 싶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