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다니는 쌍둥이 엄맙니다.
간호사 인스타툰을 올리는 ‘리딩널스(@reading_nurse)’라는 계정을 팔로우 중이다. ‘간호사는 누가 간호해 주나요?‘라는 주제로 올렸던 그림 중에서
8시간 만에 처음 먹는 물,
환자 I/O 챙기느라 내 I/O 못 챙김
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직업이 간호사도 아닌 내가 ‘좋아요’를 누르고 차를 끓이러 일어난 적이 있었다.
*Intake/Output 섭취량/배설량
출근하는 날에는, 아침에 500ml 컵에 물을 가득 받아놓고 그 이상 마시려고 노력하고 점심 먹고는 커피를 한 잔씩 하기도 하는데. 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 있는 주말에는 일어나자마자 아가들 물 마시게 하고 식사 중에도 물을 챙기면서 정작 나는 물 한 모금 안마실 때도 있는 것이다.
둘째 아이가 첫 열감기를 앓았을 때 새로 알게 된 사실인데 첫 번째는 ‘사람이 열이 40도가 넘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안 떨어질 수 있다 ‘였다. 여기서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한데 ‘그렇게 고열로 아기 체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엄마는 밤새 체온을 재면서 깨어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맘카페에 검색해 보니 ‘아기 열이 40도가 넘으면 응급실로 뛰세요!’라고 하는데 당시엔 코로나라 열나면 우선 응급실에 못 들어가는 시절이었다.
당장 몇 개월 일찍 아기를 낳아 키우고 있는 친구가 나에겐 산 증인이자 지식인이었는데. 해열제 교차복용하면서 1도라도 떨어지면 괜찮은 거니 열패치 있으면 붙이고 물수건으로 닦아주면서 이 밤을 파이팅 해보라는 응원을 남기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맞이한 아침에 소아과에서 아기 진료를 보고 나오려는데, 남편이 아기 엄마도 몸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봐달라고 해서 울컥했고 의사 선생님이 청진기를 고쳐메며 엄마도 못 자고 힘들어서 당연히 아팠을 거라고 하는데 두 번 울컥했다.
돌 지나는 아가들이 면역체계를 갖추느라 정말 열심히도 아팠는데, 경험이 없으니 닥치는 매일이 긴급 상황인 데다 그럴 때마다 연차든 반차든 써야 하는데 앞으로 몇 번을 더 이래야 하는지 몰라서 나를 위해서는 그 해에 한 번도 연차를 써본 일이 없었다. 그래도 복직한 그 해에 발생한 마이너스 연차가 아직도 빚쟁이처럼 따라붙고 있다.
열나는 한 아이를 간호하느라 4박 5일을 꼬박 아기텐트에서 밤을 지새우고 출퇴근도 다 하고 나서 ’와, 이걸 버텼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날부터 다른 한 아이가 열이 오른다. 그럼 어쩌겠나 또 며칠 버텨야지. 피크타임의 지하철 출근길처럼, 이 칸에는 수용인원이 꽉찼다고 생각했는데 바쁜 누군가 밀고 들어오면 한 두명씩 꾸준히 채워지는 것 같은.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은 가능성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아내가 아프면 남편이 케어해 주면 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생은 실전이고 ‘쌍둥이 엄마인 아내가 아프면 남편은 애 둘을 봐야 한다’
엄마가 세상이고, 엄마가 우주인 만 3세 아가들로부터 엄마가 안방 침대에 온전히 누워있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아가들 식사를 챙기고 함께 레고블록을 쌓아주든 유튜브를 틀어주든 거실로 화제를 돌리는 것, 아가들 낮잠을 재워놓고 아내가 응급실에 갈 정도인지 안방에서 감기약만 먹어도 될 정도인지 체크해 주는 것만 해도 트루 러브인 것이다.
남편과 내가 한 번씩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다정히 트루러브를 시전 했지 않나, 이런 사랑을 우리는 전우애라고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