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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일 Jan 06. 2021

쿼루틴, 보통의 일상에서 특별함 찾기


쿼루틴, 보통의 일상에서 특별함 찾기



쿼루틴 (Quaroutine, 격리를 뜻하는 ‘Quarantine과 루틴 Routine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평범한 사람들의 보통의 일상이 담긴 동영상들이었다. 처참한 조회수가 대부분이었지만, 만남과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시대에 사람들이 옆으로 이어지는 방법은 역시 SNS나 유튜브 같은 온라인 매체였다. 그중에 한 동영상을 클릭해 보았다. 눈 뜨고, 세수하고, 밥 먹고, 티브이 보고. ‘모두 다 똑같구나!’ 그것은 안도이기도 하고, 위안이기도 했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똑같지 않았다. 우리들의 기상 시간, 식사 메뉴, 시청 프로그램은 모두 다르니까. 각자 자신만의 선택들로 시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보통의 특별함’이랄까.




‘올해는 망했어!’

아홉 살이었던 첫째 아들이 말했다.

“마스크 없이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고!!” 코로나로 평등하게 멈춰버린 지난해의 어느 날이었다. 어쩌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차마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만큼 나 자신도 암담했지만, 쌓여가는 시간들을 좀 더 의미 있게 사용할 수는 없을까 고민했다.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거두자, 놓치고 있던 일상의 작은 가능성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 닦아보면 재밌어질지도 몰라!’


나만의 쿼루틴 만들기


의지력이나 정신력 발휘는 위인전에 나올 이야기다.

‘내일부터 ㅇㅇ할 거야!’ 작심삼일이란 사자성어는 많은 사람들의 실패가 증명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육체적, 환경적 요인을 넘어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도 나란 사람이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건, 분명 방법이 있단 뜻이기도 하다.



1. 정말로 좋아하게 되거나,

2. 어떤 사건이나 경험으로 깨닫거나,

3. 인위적으로 환경을 설정하거나,


출처 : unsplash


1. 움직임이 좋아지다 (책과 롤모델 이용하기)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나는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이란 책을 읽고, 몸과 마음은 하나 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Yoga with adriene’의 유튜브 채널을 발견하고 영어 요가 선생님을 모셨다. 그녀는 내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롤모델이었기에. ‘움직임의 힘’이란 책에서 ‘근육통의 원인으로 지목된 젖산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대목에 설득당했다. 이후로 나는 근육이 당기는 느낌이 정말 좋아졌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물구나무서기, 스트레칭으로 유연성 키우기, 스쿼트로 약간의 근력운동. 기운이 남아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면 없던 기운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




2. 음식을 통한 자아 찾기 (어떤 사건으로 깨닫기)


몸에서 제일 약한 밧줄이 코였다. 몸이 안 좋으면 제일 먼저 코 뒤쪽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2년 전 어느 날 밤 미열과 함께 양 볼과 치아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You are what you eat” 내가 먹은 차가운 커피와 맥주, 자극적인 음식들이 병을 키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코감기는 바이러스나 피로에 의해서 걸린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이후로 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으신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잦은 코감기가 유전적인 이유라고만 생각했는데, 음식, 생활습관과도 연관이 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어렸을 적부터 길들여진 입맛 혹은 음식들과 이어진 감정들도 살펴보게 된 것이다. 좋아하던 곱창, 닭발, 육식을 멈추게 되었다. 집에서 마시던 스틱 커피를 없애자 쓰레기도 줄었다.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날은 텀블러를 들고 테이크 아웃해서 한 잔씩만 마셨다. 놀랍게도 나와 아이들은 코감기와 이별했다.



출처 : unsplash


3. 환경단체에 기부를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다 (인위적으로 장치, 환경을 설정하기)


매우 끈기가 없는 사람이었다. 블로그에 짧은 글들을 쓰다가 신청하지도 않은 애드포스트 자격 조건이 주어졌다. 몰래하는 블로그라 물건이나 여행 리뷰를 작성할 수도 없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면 진작에 그만두었을 일이었다. 그래도 글은 쓰고 싶은데 힘이 들기도 했다. 개인의 기록을 넘어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금액은 적지만 해피빈을 모아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일이 뿌듯했는데, 역으로 환경을 위해 글을 쓰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분리수거나 환경에 관한 책들에 대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애드포스트 수익도 기부하고 싶지만 대체 언제 모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4. 습관이 정착되는 기간 , 21일의 법칙


습관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해마다 세우는 새해 계획의 성공 확률이 8%로 정도밖에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뇌의 관성 때문이라고 한다. 존 맥스웰의 ‘성공의 법칙'에 따르면, 21일은 어떤 생각이 고정관념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두려움, 불안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를 거쳐 습관을 관장하는 뇌간까지 가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야 완성된다고.


작년 한 해 영어 필사를 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어서 원서의 1/3을 잘라서 19일간 필사를 했다. 그리고 이 작은 성공을 발판 삼아서 또 다른 책 한 권을 필사할 수 있었다. 비록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자신만만한 사람은 일상을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빌헬름 슈미트는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장소에 대한 제약은 많아졌지만, 시간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비슷한 한 해를 살아내야 한다. 우리 모두 보통의 일상을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채워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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