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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Jul 17. 2024

첫 조교생활

<1> 2024년 7월 17일 수요일

평소에 한 번씩 내가 입에 달고 다닌 말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대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었다. 10대 때도 아니고 대학교 졸업 후 막 사회인이 됐을 때도 아니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고 틀에 박힌 생활에서 조금은 벗어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대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입 밖으로 꺼내고는 했었다.


사람이 계속 입 밖으로 원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말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그러니까 대학교 졸업 후 6년 정도 지난 이 시점에 뜬금없이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요즘 잘 지내고 있니?
페이스북 보는데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연락해 봤다.
혹시 조교 해볼 생각은 없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런 경우를 두고 기회가 생겼다고 하는 걸까. 뭔가 들뜨고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혹시 언제까지 말씀드리면 될까요?”


“되도록이면 빠르면 좋고. 내일 오후 중으로 말해주면 좋겠군요. 이왕이면 긍정적인 답변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그럼 제가 내일 오후 중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계속 취업이 되지 않고 있던 와중에, 뜬금없지만 교수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신 게 기회인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때에 조교 생활을 하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근무 가능한 기간은 최대 2년, 계약직. 일 년 정도만 근무해도 경력으로 봐준다지만 이건 둘째치고 애당초 나는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여러 업무를 맡아봤지만, 실질적으로 행정 업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이었다. 이게 나의 고질적인 문제인 줄 알면서도 나의 생각은 벌써부터 걱정을 먼저 하고 있었다.




교수님께 연락받은 그다음 날이 됐을 때, 나는 오후 3시쯤에 교수님께 문자를 드렸다. 제가 한 번 해보겠다고, 말이다. 그러자 잠시 후 교수님께서 오케이 하시며 답을 주셨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 걸 확인하고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여전히 걱정이 앞섰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괜히 하기로 했나... 싶은 생각도 들곤 했다. 이제 엎질러진 물인데 말이다.




그로부터 약 2주 정도 지난 후 맞이한 오늘, 처음으로 대학생이 아닌 조교로, 학교로 등교가 아닌 출근을 했다. 어찌 보면 아직 정식 출근은 아니라 인수인계받으러 간 거긴 하지만 가는 내내 마음이 두근거렸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처음 해볼 업무에 대해 상상을 하니 무서웠다. 내가 큰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온갖 생각들이 들어왔다.


어쨌든 학교로 출근한 나는 심호흡 한 번 하고 학사지원팀으로 들어섰다. 원래 이 층이었던가, 하는 생각도 잠시, 이내 인수인계 해줄 분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조금 넘는 시간까지. 방학 기간이라 단축 근무한다 했는데 방학 때는 방학대로 할 일이 많아서 일찍 집에 갈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첫날부터, 숨 막히는 인수인계라 느꼈다. 다른 곳에 비해 짧은 시간 있었지만 그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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