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가 내게 말한다

관계 - 사람 사이에서 달라지는 마음의 흐름

by 나검하랑

23. 팀이 조화롭게 흐르는 환경의 조건


"선생님, 저희 회사가 요즘 너무 삭막한 것 같아요."

상담실에 오신 어떤 분의 이야기였습니다. 6개월 정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분이셨는데 그날그날따라 그분의 지친 표정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사 내 팀에서 팀원들이 각자의 일에만 집중할 뿐 서로 협력하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회의를 하면 시간도 길어지고, 그렇다고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고. 함께 점심 먹는 일도 뜸해졌다고 합니다.


"혹시, 최근에 사무실 환경에 변화가 있었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네, 4개월 전에 회사 분위기를 바꾼다며 리모델링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상담을 하며 인테리어 한 분위기의 사진을 찍은 게 있으면 보여달라고 했더니, 온통 회색과 흰색뿐인 공간이 보였습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색'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냅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색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색채가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는데요, 특히 조직 내에서 색의 활용은 팀워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상담실에서 만난 조직생활을 하는 많은 고객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왔습니다. "우리 팀은 왜 이렇게 소통이 안 될까요?" "왜 서로 배려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환경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색이 주는 심리적 영향을 간과한 채 기능성만 추구한 공간에서는 팀워크가 무너지기 쉬웠습니다.


그렇다면 팀워크를 위해 필요한 컬러는 무엇일까요?

제가 상담을 통해 권해드리는 색들이 있습니다. 이 색은 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게 됩니다.

블루(Blue)는 신뢰와 안정감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차분한 파란색 계열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희 팀원들이 회의 때마다 대립해요"라고 호소하시는 분들께는 회의실에 블루 톤을 더해보시라고 권합니다. 실제로 많은 팀들이 부드러운 파란색 벽면을 보며 감정을 추스르고 더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고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그린(Green) 은 균형과 조화를 나타냅니다. 자연을 연상시키는 녹색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번아웃으로 힘들어하시는 팀들을 만나면, 저는 항상 공간에 식물을 들이고 그린 톤의 소품을 배치해 보시라고 조언드립니다. 색은 우리에게 쉼을 주고, 그 쉼이 있어야 협력도 가능하니까요.

옐로(Yellow)는 창의성과 소통을 촉진하는 색입니다. "아이디어가 안 나와요", "혁신이 필요한데 다들 보수적이에요"라고 말씀하시는 팀장님들께는 노란색의 힘을 빌려보시라고 합니다. 밝고 경쾌한 노란색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돕습니다. 다만 너무 강렬하면 오히려 불안을 줄 수 있으니, 파스텔 톤으로 시작하시라고 안내해 드립니다.

오렌지(Orange)는 열정과 협력의 색입니다. 따뜻하면서도 활기찬 오렌지는 팀원들 사이의 친밀감을 높입니다. 특히 새로 구성된 팀이거나 세대 간 갈등이 있는 팀에게 효과적입니다. 휴게 공간에 오렌지 계열의 가구를 두면,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고 관계가 회복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상담을 마무리하며 저는 조심스럽게 제안을 드렸습니다.

"oo님, 팀 분위기가 따뜻하게 변화되길 바란다면 작은 것부터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요? 내일 출근하실 때 oo님 좋아하는 색의 작은 물건을 하나 가져가 보시겠어요? 그리고 팀원들에게도 권해보시는 겁니다. 각자 자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색깔의 작은 물건을 책상 위에 놓아보라고요. 아니면 어울리는 미니 화분 같은 것을 선물로 드려도 좋을 것 같고요."

그분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게 될까요? 너무 사소한 것 같은데. 또 너무 제가 꼰대 같지 않을까요?"

"사소한 것이 중요합니다. 큰 변화는 부담스럽지만, 작은 변화는 누구나 시도할 수 있거든요."

진행하고 난 뒤 두 달 정도 지났을까요?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선생님,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 조언 이후 팀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팀장님이 먼저 밝은 코랄 오렌지색 머그컵을 가져왔고, 다음 날 팀 회의에서 제 조언을 팀원들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각자 좋아하는 색의 작은 물건을 가져와 보면 어떨까요? 저도 이 컵을 가져왔는데, 아침마다 이걸로 커피를 마시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팀원들이었지만, 며칠 뒤부터 하나둘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막내 사원이 작은 초록색 화분을 가져왔고, 중견 사원은 파란색 노트와 펜 세트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 색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줘요"라는 말과 함께요. 다른 팀원은 노란색 포스트잇을, 또 누군가는 보라색 책받침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어요."

그 작은 물건들이 대화의 매개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화분 키우기 어렵지 않아요?", "파란색 좋아하세요? 저도예요!", "그 머그컵 어디서 샀어요?"처럼 자연스러운 질문들이 오가며 몇 달간 끊겼던 대화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각자의 책상 위에 놓인 색깔들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그 사람의 취향과 개성을 보여주는 창이 되었고, 팀원들은 서로를 새롭게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3주가 지나자 사무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삭막했던 공간에 각자가 가져온 색들이 모여 생기가 돌았고, 무엇보다 팀원들이 다시 웃기 시작했습니다. 회의 시간은 짧아졌고, 함께 점심을 먹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작은 조언 하나가 저희 팀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감사합니다."

상담을 마무리하며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습니다. 때로는 거창한 솔루션이 아니라, 이렇게 작고 단순한 제안 하나가 조직에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상담을 하며 늘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관계를 치유하는 도구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팀은 지금 어떤 색 속에서 일하고 있나요? 그 색들이 팀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요? 만약 소통이 어렵다면, 협력이 잘 안 된다면, 한번 주변을 둘러보세요.

거창한 인테리어 공사를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내일 출근할 때 여러분이 좋아하는 색의 작은 물건 하나를 가져와 보세요. 책상 위 화분, 밝은 색 머그컵, 차분한 색의 노트, 따뜻한 톤의 담요 한 장. 이런 작은 변화들이 여러분의 하루를 바꾸고, 동료와의 대화를 열고, 결국 팀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것입니다.

색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함께할 수 있어", "서로를 신뢰해도 돼", "협력은 아름다워"라고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시도가 모여 팀은 다시 하나 되고, 더 단단한 공동체로 성장할 것입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시면, 제 상담실 문은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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