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물건은 오래될수록 좋은 건 줄 알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니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쿵하면 짝하니까. 그런데 요즘 그 생각이 꼭 맞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해본다. 물론 지금까지 유지해온 오래된 인연이 덜 소중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모든 것을 대할 때 이분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노력하즈아)
상대방에 대해서 별다른 정보가 없더라도,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별 기대가 없더라도 은근히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점점 느끼고 있다. 물론 이것의 바탕은 나 또한 오픈마인드로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꼰대처럼 나이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지금 회사에서도 나이 차이가 5살이나 나는 친구와 나는 서로 존대하며 친구처럼 지낸다. 물론 그 친구는 한국 국적이 아니기도 하지만 내가 나의 나이를 오픈하지 않고 나의 사생활을 늦게 오픈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인드가 맞으니 대화가 잘 되고, 서로를 존중하며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회사 동료뿐만 아니라 신기하게도 업무적으로 통화를 할 때조차 이런 것을 느끼고 있다.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상세한 정보가 없이 처음 통화하더라도 결이 맞는 사람이 있다. 가치관이 비슷하거나 최종적으로 꿈꾸는 지향점이 비슷하거나 혹은 나와 다르더라도 배울 자세가 되어 있다면 충분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을 접한다. 그리고 그들과 할 얘기는 물론 못할 얘기까지 오갈 수밖에 없는 위치이다. 상담의뢰를 하면서 마음을 터놓기도 하고, 공부를 하면서 자신 안에 있는 어려움과 집안 사정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우리가 겉으로는 다 멀쩡한 것 같아도 누구 하나 고민 없는 사람이 없으며 집안에 문제없는 집이 없다. 부자도 고민이 있고, 마냥 해맑을 것 같은 초등학생에게도 고민이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신체적인 변화로 인해 달갑지 않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도 넓어지고, 지경도 넓어지니 좋은 것 같다. 피부는 탱탱할지언정 마음이 옹졸했던 젊은 시절보다 마음적 여유와 이해관계가 동반된 지금이 더 좋다. 또한 상황과 환경이 어떻든 간에 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느끼면 그럴 것이고, 아무리 잘 나가고 잘되고 있어도 계속해서 욕심을 부리고 끊임없이 비교하면 삶은 비참해질 것이다.
그냥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잘 익어갔으면 좋겠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겸손하되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아끼지 않고 똥이 되기 전에 마음껏 사용했으면 좋겠다. 오늘 이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간절한 하루였음을 잊지 말고말이다.
생일에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태어난 날이므로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뷰티 크리에이터 새벽님을 전혀 알지 못했다가 이번에 여러 개의 동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꽃다운 나이에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했지만 그녀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도 멋졌다. 한번 사는 인생 누군가에게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삶이 되어보자.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하나님과 부모님께 감사하며 격하게 축하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또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