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를 쓴 경찰
무서운 꿈을 꿨다. 서서히 조여오는 압박감에 꿈에서 깨, 남아 있는 기세에 쉽게 잠들 수가 없다. 귀신 나오는 꿈을 꾸고 잠들지 못한 적 외에 처음인 것 같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열사의 추모식, 나는 들떠 있다. 열사회에서 주는 상을 받을 후보 다섯 명에 들어 소감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 말로는 수상이 유력했고 나도 그걸 안다. 열사의 연혁을 듣는 동안 약간 흥분한 상태로 연단 위에서 할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장면이 바뀌고 열사가 돌아가신 경위를 설명 듣는 자리다. ‘왜 상은 안 주고...’ 억울한 생각을 하며 혹시 듣는 태도를 평가하는가 싶어서 자세히 듣는 모양새를 갖췄다. 사건은 세월호와 연관돼 있었고, 경찰의 거짓된 조사로 인해 진실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다시 장면이 바뀌고, 길게 뻗은 교차로. 꽤 많은 사람이 경찰에 맞서 시위를 하고 있었고 내 손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동료 감독 중 한 명과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걸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면 테스트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촬영 포인트를 묻는 동료 감독을 이끌고 중요한 증거가 될 망루가 있던 건물로 갔는데, 대부분의 건물이 절반 정도 쓰러져 있었다. ‘아!! 저 건물이 쓰러지면 증거가 사라지는데...’ 하는 마음을 안고 촬영 포인트를 찾기 위해 코너를 돌았는데, 수십 대의 장갑차가 늘어 서 있었고, 그걸 보는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큰일이다.
경찰을 피해하기 위해서인지 촬영을 위해선지 모르겠지만, 건물 옥상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한참 오르는데 경찰이 신분 검사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그때서야 건물을 돌아보니 몇 층만 올라가면 우리 집이었다. 떨리는 마음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통과. 쿵광대는 마음 안고 집으로 향하는데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경찰을 발견했다. 어디선가 빨간 모자를 쓴 경찰은 악독한 놈들이라는 소리를 들은 터라, 그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집으로 들어갔는데, 그들이 쿵쾅쿵쾅 노크를 한다. 그들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급하게 문을 잠그는데 허술한 자물쇠 때문에 잘 잠기지 않고, 문틈 사이로 보이는 빨간 모자를 쓴 경찰의 위협적인 기세 때문에 잠에서 깼다.
오랫동안 심장이 두근댔다. 살 떨린다는 말이 이런 감정이었구나. 아마도 활동 이후 이런 꿈은 처음이라는 생각에 놀랐다. 내 안에 있을 수도 있는 국가폭력의 트라우마를 그동안 잘 수습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터져 나오나 싶어 떨렸다.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갑자기, 나님과 내가 살아있는 건가 싶어서 자고 있는 나님의 몸을 더듬었다. 눈을 감으면 빨간 모자 경찰의 기세가 느껴져 잠을 잘 수가 없다.
왠지 꿈의 내용과 감정을 최대한 자세히 남겨야 할 것만 같아 긴 글을 쓴다. 아니 이렇게 풀지 않으면 또 다른 방식으로 불쑥 틈임 할 것만 같아 주저리 주저리 중이다. 다행히 글을 쓰는 동안 감정이 가라 앉았다. 부디 한 번으로 지나가는 에피소드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