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커가는 과정이겠거니, 양치질을 워낙 싫어하는 아이라서 그랬나 보다 생각했는데 연우가 어린이집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양치를 안 했는데, 양치를 했냐는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양치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께 전해 듣고는 '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구나 싶었다.'
나보다 먼저 남편이 아이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확인하는 시작 해서 거짓말을 하면 왜 안되는지, 거짓말은 왜 나쁜 건지, 하나하나 이야기를 했다. 거짓말하는 아이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시작해서 거짓말을 계속하면 사람들이 연우의 말을 믿지 않고, 친구들과 선생님 사이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 그러면 아무도 연우와 같이 놀지 않고, 나중에 진짜 연우가 도움이 필요하거나 친구 때문에 힘든 일이 생겨서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선생님이 연우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 얘기로 아이에게 거짓말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정말 나쁘다고 이야기했다. 가만히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거짓말은 인간의 생존본능이 아닌가?
아이 입장에서는 양치를 했냐는 질문에 안 했다고 솔직히 대답하면 싫어하는 양치를 또 해야 하니 어쩌면, 아주 자연스럽게 '양치를 했다고' 말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렸을 때 거짓말을 해서 하기 싫었던 공부를 슬쩍 넘긴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보다 큰 어른을 속였다는 이상한 쾌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솔직히 내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말 하나로 이겼다는 생각에 짜릿한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거짓말을 하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아이가 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양치를 하는 것에 있어서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우선 양치하는 것이 귀찮고 싫은 그 마음을 잘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 이가 아무리 닦아도 잘 썩는 이라서 그동안 싫다는 것을 억지로 부여잡고 박박 칫솔질로 울며불며 양치를 마무리했던 나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했다.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아이가 얼마나 무기력했을지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그날 바로, 첫째와 둘째를 가만히 앉혀두고 엄마를 따라 하라며 양치질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물론 엄청 서툴고 맘에 들지 않게 양치를 했지만 "그렇지! 맞아! 그렇게 하는 거야! 잘했네!" 하면서 칭찬 폭탄을 투하했다. 아이들은 조금 상기된 얼굴로 양치를 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울지 않고, 짜증 내지 않고 양치를 마쳤다. 양치를 끝낸 다음 아이가 좋아하는 색깔로 달력에 색칠을 했다.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음에도 양치를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든 장치였다.
아이의 거짓말을 마주할 때마다 거짓말한 아이의 행동을 나무라기 전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를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거짓말은 눈에 보이는 결과고 정말 중요한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을 테니, 보이는 것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