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지 Mar 12. 2024

단유 2

나는 아기를 낳은지 107일 된 산모





어플을 켜보니 100일째 되던날 마지막 모유수유를 했다. 아기를 낳았던 날도 그렇고 모유수유를 끊게 된 날까지 참 계획에 없던 일이 벌어지는 구나. 앞서 말했듯 나의 규칙적이지 못한 패턴과 건강상의 관리 문제로 결국 오른쪽 젖은 말라버렸다. 왼쪽 마저 말려버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오른쪽가슴이 했던 것처럼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모유수유를 한 다음날, 나는 결심하고 커피를 주문고 먹었다.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단유의 길은 아직도 진행중이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글을 보시는 분들중에 저와 같다면 심심한 응원을 드리고 싶다. 한쪽젖은 말라 치즈버거 같이 납짝해졌는데, 왼쪽은 더블빅맥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 시작이구나 이제 이것을 어떻게 말릴까 하며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사실 아픔은 이루말할 수 없고 내젖을 내가 짜는 모습은 참 비침하기도 하다. 아기를 먹일 젖을 짜는게 아닌 버리기 위한 나를 위해 짜는 젖. 그런다고 또 너무 많이 짜버리면 단유가 점점 길어지고 조금만 짜기엔 금방 젖이 아프다. 아기도 잠들고 남편도 잠드는 사이 가슴이 너무 시큰해 일어났다.  나혼자 누워서 유륜을 꾹꾹 눌러 마사지 하니 젖이 줄줄 흘렀다. 젖도 흐로고 내 눈물도 흐르고...? 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젖을짜고나니 조금 편해졌는데 그새 아기가 칭얼대다 울음을 터트렸다. 이때마다 급하게 젖을 물리곤 했는데 이제는 줄수없는 젖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젖을 더주고 왼쪽을 한달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그러기에 나는 커피를 연달아 세잔이나 먹어버린걸. 분유를 타 먹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커피를 먹어서 다행이야 이 묵은젖을 줄수 없으니까... 하며 다시 나를 응원했다. 가슴은 부풀대로 부풀고 스치기만해도 젖이 뚝뚝, 속은 뭉쳐서 몽글몽글 나중에 병원가봐야지 라는 생각만 든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면서도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도 많은 차도가 안보이는 젖을 보면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다 첫 생리가 터졌다. 다행인 건가 싶으면서도 이젠 정말 모유수유가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갑자기 아기에게 젖을 주던 모습이 떠올라 핸드폰을 열어 찍어놓은 동영상을 봤다. 마음이 이상했다. 조금 더 주고싶었는데, 엄마가 미안해.

작가의 이전글 단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