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금인형 Jan 19. 2024

평범하다는 말이 내겐 제일 큰 모욕이에요

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영화 '크루엘라' 속 대사

"평범하다는 말이 내겐 제일 큰 모욕이에요."



I like to say that ‘normal’ is

the cruelest insult of them all,

and at least I never get that.


세상이 변해서일까? 언제부턴가 청순가련하고 천사 같은 선역 주인공이 외면받고 있다. 오히려 카리스마 있고 이야기가 있는 악역이 더 매력적이게 다가온다. 영화 제작사 측에서는 주인공 보다 빌런에 대해 더 많이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아예 빌런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말리피센트(잠자는 숲 속의 공주)'부터 '한니발(양들의 침묵)', '조커(베트맨 시리즈)', '수어사이드 스쿼드(DC)', '베놈(스파이더맨)' 등 빌런이 주인공인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졌다. 앞으로도 매력적인 빌런을 앞세운 영화는 더 많이 등장할 예정이다.


그중에서 '크루엘라'는 특히나 더 매력덩어리다. 솔직히 내게 크루엘라 이전 영화들에서 엠마스톤은 별로 매력적인 배우가 아니었다. 모든 영화를 다 본 건 아니었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헬프', '좀비랜드', 버드맨', '라라랜드' 등에서는 맡은 배역의 무게에 비해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 크루엘라에 와서 그 평가가 완전 뒤집혔다. 정말 '평범하다는 말'이 모욕처럼 다가올 듯한 연기였다.


세상을 살아가기 가장 쉬운 방법을 '평범'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중간. 세상 속에서 우리는 평범하기 위해 유행을 따라 옷을 입고 남이 맛있다는 것을 찾아 먹는다. 남들이 웃을 때 웃고 울 때 운다. 많이 회자되는 드라마를 찾아보고 베스트셀러를 읽는다. 천만 관객이 든 영화를 보지 않으면 왠지 나 혼자 튀는 느낌이 든다.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것도 의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발 색이라도 조금 튀면 주변으로부터 '놀란' 시선을 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 삶에 익숙하면서도 맘속으로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꿈꾼다. 속옷이라도 몰래 튀는 걸 입어보곤 하는 사람이 많다. 삼겹살을 구우면서 '참이슬'이 아닌 '한라산' 같은 익숙지 않은 소주를 주문하는 작은 '일탈'을 즐기기도 한다. 그래서 '크루엘라'같은 인물에 더 끌리는 모양이다. 삶이 지루하고 평범해질수록 더욱더 튀는 인물에 열광하는 것 같다. 


교복 자율화 시대에는 교복을 입는 학교가 독특한 학교였다. 거의 모든 학교가 교복을 입는 지금은 오히려 사복을 입는 학교가 신기한 학교가 됐다. 평범함과 독특함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한다. 그래서 독특함과 비범함은 다른 분야인가 보다. 비범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평범한 무리에 속하지 않는다. '크루엘라'야 말로 비범함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닐까.


그렇다고 '크루엘라'처럼 사는 것이  옳거나 즐겁다며 추천하는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살 자신은 전혀 없다. 그 나름대로 얼마간 미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평범하게 살면서 가끔 한 번씩 미친 척이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 신해철의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때로는 미쳐보는 것도 좋아. 가끔 아주 가끔은. 그렇게 뻣뻣하게 굴지 말고 일어나 봐."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고 좋은 일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