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여 날아올라라

작두콩을 바라보는 밤

삶이여 날아올라라

남효정

무거운 짐을 싣고 언덕을 올라가는 사람

밀어주는 이 하나 없는 비 오는 길을

혼자서 묵묵히 올라간다

늙어진 몸이 툭툭 빗물을 털고

작고 누추한 방에서

홀로 늦은 밤 밥상을 마주할 때

작은 방안 가득

바이올린 연주를 올린다

방안 가득 올린다

텅 빈 화분에 날아온 느티나무 씨앗

한 뼘이나 자랐고

정성껏 끓인 된장찌개 냄새는

젖은 마음을 감싼다

"어머니 좋아하신 작두콩

담장 아래 심었어요.

무더운 여름 용케 견뎌낸

작두콩이 하늘 높이

분홍빛 축포를 쏘아 올리네요."

창문을 여니 작두콩 꽃이 날은다

작은 내 삶은 한 번도 날은 적 없지만

푸른 하늘을 향해 꽃대를 올리는 작두콩

내 삶아 날아올라라

단 한 번만이라도 거침없이

날아올라라

푸른 하늘로 한껏 날아올라

드넓은 대양을 마음껏 헤엄쳐라

작두콩 꽃_사진 2025.9.3. 남효정

#작두콩 #작두콩꽃 #남효정 놀이와 교육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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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고요하고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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