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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목 Mar 17. 2024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그게 어떻게 우연이겠어요.

힘들고 지칠 땐 그냥 걸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요즘에도 그렇습니다. 그건 전에도 힘들었지만 지금도 힘들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또 힘들고 지쳤을 때 걷는 것 보다 더 나은 처방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하염없이 걷다가 ‘이상한 LP가게’를 발견하게 되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다만 현실과 다른 게 있다면 그들은 운명처럼 ‘이상한 LP가게’앞에서 발걸음을 멈춰 섰다는 거고, 저는 여전히 멈춰 설 곳을 찾고 있다는 거겠죠.


이미 좀 안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제 이름으로 책을 직접 출간하면서 미처 몰랐던 것들을 매일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인디자인 표지 작업 시 앞, 뒤표지 치수에서 1mm 정도 여유를 둬야 날개를 접었을 때 깔끔하다는 거나, 출판사의 책이 독자에게 가닿기 위해 거쳐야 할 창고와 배본소의 역할 같은 것들이요. 머리로 알 수 있는 것들과 실제 부닥쳐 깨닫는 것들은 사뭇 다릅니다. 

평소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나 궁금했는데 실제 그 일을 해보면서 궁금증도 풀렸습니다. 인터넷 서점에는 적정 재고라는 게 있어서 일단 서점 창고에 재고 서적이 들어가 있으면 주문 즉시 발송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서점에서는 매일 아침 출판사에 발주 요청이 들어옵니다. 물론 독자의 주문이 없으면 발주도 없겠지요. (발주 문자 없는 아침은 이제 무섭습니다 ㅜㅜ) 

아무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늦잠 많기로 유명했던 제가 지난주부터는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습니다. 9시 전에 서점의 발주서를 확인하고 배본소에 발주요청을 해야 하니까요. 귀찮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습니다. 만들고 싶은 뭔가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뭔가를 파는 행위, 책과 관련해서는 처음과 끝을 모두 섭렵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찌어찌 만드는 것 까지는 했고 또 어찌어찌 팔기 위한 과정도 따라했지만 정작 여기서부터 중요한 건 어떻게 이런 책이 있는지 알리는 일입니다. 사실상 작은 출판사와 큰 출판사의 차이가 생겨나는 결정적 지점입니다. 작은 출판사에는 따로 마케팅과 홍보를 전담할 인력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부분은 사실상 몸으로 때울 수도 없는 분야입니다. 물론 돈으로는 때울 수 있는 분야지요. 뭐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요. 아무튼 작은 출판사가 작은 이유는 자본의 규모가 작다는 뜻이니 결국 마케팅과 홍보는 작은 출판사의 결정적 약점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뭘 해야 할까요? 뭘 해야 이런 책도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을까요? 고민이 깊어지는 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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