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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자 곁 May 27. 2022

가장 연약한 순간, 열심히 그리고 무럭무럭 자란다

日刊 | 자람의 기본 005


日刊 | 자람의 기본 005

가장 연약한 순간

열심히 그리고 무럭무럭 자란다



살다 보면 다양한 언어로 우리에게 시련이 닥칩니다. 슬럼프, 무기력, 우울, 실패 등 그 무엇도 나를 이끌어줄 수 없고, 스스로가 비참하고 쓸모없음에 번아웃이 오기도 하죠. 잘 살다가도 자신의 미련함이 언뜻 비추는 순간 여지없이 불안해지는 시기. 유약해지고 쉽게 휘청거리는 나날.


그렇게 무너집니다.


한 단계만 올라서면 되는데, 마지막 계단에서 삐끗해 하염없이 저 바닥으로 처박히는 순간. 모든 사람이 겪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와 형태로 슬럼프를 맞이하죠. 일도, 관계도, 삶 그 자체에서.


그때 나를 일으킨 몇몇 우연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우연의 순간을 공유하려 합니다.




암담하고 원치 않던 고요의 시기.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연약함을 무언가 분질러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시기에 화면에서 장동선 박사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청년과의 만남을 이야기하던 도중 자신이 생각한 바를 조심스레 전하기 시작했죠. 갑자기 갑각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대화는 흐름에 맞게 각색되었습니다.)


"갑각류는 다른 생물과 다르게 뼈가 밖에 있는 생물인데, 성장을 어떻게 할까요? 바로 허물을 벗으면서, 즉 탈피를 통해 성장합니다. 탈피의 순간, 거대한 집게를 가진 가재도 탈피 순간에는 말랑말랑한 속이 드러나게 됩니다. 탈피 직후 갑각류는 아주 약해지죠. "


알쓸신잡 2 "목포"편
"갑각류가 성장하는 때는 오직 가장 약해져 있는, 상처받기 쉬운 그 순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몸은 척추동물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갑각류이지 않을까요? 상처받지 않은 단단한 마음도 좋지만, 죽을 것 같고 잡아먹힐 것 같은. 스치기만 해도 상처받을 것 같은 그 순간에  인간은 성장하게 됩니다."


목구멍을 뜨겁게 막고 있던, 간신히 고요를 참아왔던 제가 한 번에 울음을 터트린 순간이었어요. 소리 내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맞아, 쉽게 상처받고 쉽게 넘어졌지만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잖아. 라며 계속 다독였습니다. 지금 제가 겪는 시간의 의미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죠.




생각해보면, 우리가 현재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고 아무런 결핍과 실패가 없다면 발전을, 회복을, 이겨냄을, 그리고 성장을 바랄까요? 포털사이트에서 슬럼프 이기는 법, 우울할 때 듣는 음악, 자기 계발서 추천 같은 걸 검색하고 있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죽을 것처럼 아프고 마음의 껍질이 부서져 연약한 속살이 드러나게 된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많이 휘청거렸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어이 몸을 세워 걸음을 옮긴 당신은 이 글을 읽겠지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나요. 어떤 장면을 떠올리고 있으신가요. 얇은 호흡에도 베었던 연약한 자신의 모습이 지금은 조금이라도 달라져있지 않나요? 얼굴 일그러뜨리며 고통에만 시달리는 게 아닌, 꿋꿋하게 서서 자신이 바라던 곳을 향해 응시하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고 대답한 순간, 여러분은 단단한 갑옷 같은 굳센 눈빛을 머금고 있겠죠.


잘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연약한 순간에, 그 누구보다도 우리는 열심히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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