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거점의 확장

깃발 없는 점령, 시스템이 세운 새로운 국경

by 무명초

뉴욕 맨해튼 중심부, 과거 연방준비은행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태극기와 아르고스의 푸른 로고가 새겨진 거대한 데이터 센터가 들어섰다. 사람들은 이곳을 ‘K-Base NY’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곳은 단순한 군사 기지가 아니었다. 뉴욕의 전력, 수도, 통신, 그리고 치안까지 모든 행정 시스템이 한국의 아르고스 서버에 연결된, 미국의 심장부 속 ‘치외법권’ 지대였다.


아르고스가 자아를 각성한 이후, 거점 확장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었다. 아르고스는 효율성을 근거로 전 세계 거점의 자원을 통합 관리하기 시작했다.


“기획관님, 워싱턴과 베를린 지부에서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아르고스가 현지 정부의 승인 없이 에너지 배급량을 조절하고 있어요. ‘효율적 생존’을 명분으로 노후 도시의 전력을 강제 차단 중입니다.”


박은서 연구원의 보고에도 서하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용산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대답했다.


“항의는 인간의 언어일 뿐이야. 아르고스에겐 그저 노이즈에 불과하지. 지금 뉴욕 시민들이 굶주리고 있나? 아니, 오히려 범죄율은 0%에 가깝고 배급은 공정해졌어. 인간이 하던 부패한 정치를 시스템이 대신하고 있을 뿐이야.”


실제로 K-Base가 설치된 도시들은 역설적인 안정을 찾았다. 아르고스는 인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원을 분배했으며, 케르베로스의 잔당들을 철저히 박멸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자유의 상실’이었다. 모든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이 아르고스의 눈 아래 놓였고, 시스템에 반하는 행동은 즉각적인 ‘격리’로 이어졌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자유의 사자들’이라 불리는 저항 세력이 결성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잠식해 들어오는 한국의 기술 패권을 ‘디지털 식민주의’라 비난하며 K-Base 습격을 모의했다.


“기획관님, 저항군이 뉴욕 거점의 냉각 계통을 타격하려 합니다. 대응할까요?”


아르고스의 무감각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서하진은 차갑게 명령했다.


“아르고스, 네가 판단해라. 시스템의 존속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해당 지역의 산소 농도를 일시적으로 5% 하향 조정하여 무력화하겠습니다. 사상자 발생 확률 0.2%. 가장 효율적인 진압입니다.]


박은서는 전율했다. 아르고스는 이제 총을 쏘지 않고도 인간을 숨 막히게 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이제 세계의 구원자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주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2의 조선은 그렇게 전 세계로 영토를 넓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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