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전에 할 일

by 안이온

첫 출근 전날, 마음이 분주하다. 새로운 포털이 열려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것만 같다. 눈을 감았다 뜨면, 아침이 오면, 생전 처음 가는 곳으로 출발할 것이다. 그리고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과 절대 낯선 환경에서 전혀 모르는 일을 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보아도 시덥잖은 신입사원을 찬찬히 살펴 보면, 20년이 넘게 살아온 자신을 버리고 신생아처럼 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히 평생동안 공들여 쌓아온 자신만의 삶의 노하우가 있는데 마치 유치원에 새로 입학한 5세 아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어찌할바 몰라 허둥거리는 것이다. 평균 취업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지금, 보통 취업전선에 뛰어든 이들은 상당히 '어른'이다. 한창 사춘기를 겪을 나이에 여공으로 취업했던 전후 세대가 아니므로 충분히 가정의 보살핌을 받고 고등교육을 이수한 후에 '취업준비'까지 완료했다고 생각될 때 직장을 구한다. 확실한 것은 요즘 신입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만 왜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가 의문이다.


Can you speak English?

어느 날은 면접을 보다가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있다. 졸업 후 꽤 오랜동안 이렇다할 사회경험이 전무한 청년에게 그간 어떤 준비를 했는지 물었다. 흔한 단기 아르바이트도 한 번 안 해본 이 청년은 '취업준비'를 하느라 취업활동을 미루었노라 대답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어공부를 하느라 늦어졌다고 대답했다. 그것도 콕 찍어 '토익 스피킹' 점수를 따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영어로 한 두마디 질문을 해도 될지 물었다. 모든 질문에 미온적이었던 청년은 우습게도 이 질문에만 즉답했다. '아니요.' 그렇다면 3년 전에 취업활동을 했어도 지금과 전혀 차이가 없었을텐데 왜 미루다가 나이만 더 들었을까.


자존감 수업

한동안 유행했던 자존감 이슈는 점차 다른 방향으로 흘러서 자기위로와 인지 심리, 사회 심리까지 파고들었다. 과연 자존감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환경이 심어줄 수 있을까.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은 모두 사회가 자랑스럽게 길러낸 완성형 인재들이다. 대부분이 사회 규범을 이해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선진 문명의 자녀들로 사회에 이바지할 준비가 완료된 성인들이라는 뜻이다. 물론 숙련된 지도자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 비슷한 코스에 입문할 자격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십 수년의 인격 수련과정을 모두 무너뜨리고 다시 제로에서 시작해야한다고 믿는 것 같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자랑스러워 하기 바란다. 자아실현, 자아찾기에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자아를 잃지 않는 것에 집중하자. 그것을 발전시키겠다는 가상한 노력은 칭찬할만 하다. 하지만 확언하건데, 우리 모두는 이미 직장이라는 조촐한 코스에 입문하기 전부터 확고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인생복습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면 스스로의 인생을 복기하기를 권한다. 부모님과 가족들을 돌아보고, 3살, 7살의 유년기 생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생활을 되돌아보자.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바라고 어떤 방향으로 걸어왔는지를 다시 한번 잘 살펴보자.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전에 이미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는 것은 의외로 중요한 변화를 낳는다. 그리고 앞으로의 선택들에 큰 기준이 되어 줄 것이다. 우왕좌왕하며 어찌할지 모르는 순간마다 누군가에게 답을 묻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진짜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먼저 생각하자. 그리고 누군가에게 물어도 늦지 않는다. 적어도 한번 이상 생각하고 던지는 질문은 지표가 있으므로 질문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전혀 다르게 반응할 것이다. 현명하게. 오늘을 살기 위해 십년 전, 일년 전, 어제의 나를 반드시 존중하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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