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지 않다

by 다혜로운

BGM이 없는 마라탕집을 다녀온 이후,

집에서 음악을 챙기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겨울, 아침, 카페와 어울리는 음악을 눌렀다.

집 안 공기가 좀 더 포근해졌다.


청소년 시절, 내 방은 거의 매일 음악이 있었다.

윤디 리, 바렌보임.

이름도 곡도 다 처음이었지만,

피아노를 전공하는 교회오빠의 취향을 쫓았다.

교보문고 핫트랙에 가서 하나씩 모았다.


그때는 집이 시끄러워 뭐라도 틀어놔야 했다.

내 방만은 좋은 소리로 채우고 싶었다.

방 밖과는 전혀 다른 소리로.

누군가 내 방 안팎의 소리를 함께 들었다면,

시트콤 같았을지도 모른다.


오늘,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다가

어린 시절의 내가

나를 돌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보문고에 가려고 시간을 쓴 일도,

누군지도 모르는 피아니스트의 CD를 산 것도,

좋은 소리로 방을 채우고 싶었던 마음도.

나는 나를 챙기고 있었다.

버티기만 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동안 나는 나를 참 작게 여겼다.

좋은 것으로 나를 챙겨 왔고

내 마음과 경험에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도.


글을 쓰며 이런 나를 마주한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나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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