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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멍구 Jan 03. 2017

공간의 꽃, 그리고 가슴을 아리게 하는 모든 것

홍학이 찍고 싶은 사진, 포착하는 사진 vs 연출하는 사진

홍학의 오랜 남자친구는 10년차도 훨씬 더 된 랩퍼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알아주는 랩퍼, 솔로 앨범도 몇 장 냈던 홍학의 랩퍼 남자친구는 종종 랩퍼 지망생들에게 랩 과외를 했었다. 그리고 홍학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외국 힙합 들으면서 따라하고 가사 쓰고 연습하면서 점점 내 스타일을 찾아갔던 건데, 과외다 뭐다 해서 배우기부터 하려고 하는 애들이 안타깝기도 하지."


남이 터득한 노하우를 돈주고 배우는 건, 빠른 길일 수는 있어도 나를 위한 길은 아닐 수 있다는 것. 홍학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랩도, 사진도 똑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이크임펙트나 상상마당 같은 곳에는 사진 강의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


홍학이 찍고 싶은 사진에 대해 발표를 시작했다.





"내 취향을 찾은 첫 번째 사진은 이거야."


(홍학이 고른 첫 번째 사진들)


내가 스튜디오에서 디스플레이 하는 일을 잠깐 했을 때, 거기서는 내가 사진을 찍을 곳이 이 부분이라고 하면 그 프레임의 바깥은 난장판이 되고 더러워져도 괜찮았거든? 그 주변은 난리가 나도, 프레임 안에 들어갈 부분은 세상 아름답게 찍는 거야.

나는 내가 카메라로 담을 프레임 속 세상은, 내가 스토리를 짜고, 내가 조합해낸 모습이었으면 싶어. 공간에 따라 컨셉도 내가 정하고, 그 연출된 공간에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같은 시즌도 담아보고.


내가 찍는 사진의 프레임 속 공간은

1부터 10까지 내 공간이었으면 좋겠어.

-honghak




사진 작가 중에도 연출 하는 사진작가와 포착하는 사진 작가가 있었다. 패션지에 나오는 사진들을 찍는 작가들이 연출해서 찍는 사진 작가라면, 로버트 카파같은 사진작가는 포착하는 사진 작가다.


사진의 삼요소는 빛과 색과 구도이다.

그런데 사진에 있어서는 '구도(composition)'이라는 용어보다는 '프레이밍(flaming)'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 구도는 피사체를 어떻게 놓고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회화적 용어라면,

프레이밍은 피사체들을 어디에서 어디까지 사진 프레임 속에 담을 것인지, 이미 완성되어있는 현실을 어디까지 자르고 담을 것인지에 대한 '빼기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홍학 너는 '프레이밍'의 사진을 넘어서 '구도'를 고민하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거지~~?')

 


나는 홍학의 말을 듣고, 벌써부터 우리가 찍고 싶은 사진에 각자의 색이 묻어난 것 같아 기뻤다. 함께 출사를 나가면 괜찮은 피사체에 우르르 몰려가 비슷한 사진을 담아오기 십상이라는데, 우리라면 각자의 스타일 가득 살린 사진들을 찍어올 수 있을 것 같단 기대도 됐다.



(연출 vs 포착)




그리고 나는 꽃은 꼭 담고 싶어. 꽃은 파스텔이든 비비드하든 질리지 않고 계속 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난 그림을 그릴 때도 꽃을 꼭 그리곤 하니까.

그래서 내 한 마디는 '공간의 꽃'이야.






홍학은 연출해내는 사진 말고도 찍고 싶은 사진이 더 있다며

사진들을 몇 개 더 보여줬다.


<나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모든 것, 그리고 아지랑이>라는 이름으로,


노부부의 작지만 단단한 손깍지, 수줍게 웃는 옆모습, 흩날리는 옷자락과 머리카락, 고전 재즈 앨범자켓, 야경, 찬공기, 트리, 겨울의 쓸쓸한 요소들 등등.

왠지 모를 아련함과 울컥하기까지한 감정을 전하는 사진들이라며.






홍학이 찍고 싶은 연출사진과 포착사진, 둘 모두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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