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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Dec 01. 2019

방탄소년단,
모든 '작은 것'들과 행복

MMA 올 해의 감동, BTS 


 오랜만에, 내 사랑 탄이들이 국내 최고의 음악잔치에서 라이브를 하는 날.
어느 때보다 바쁘고 축복된 날들을 보낸 그들의 올 해였기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그 아이들의 눈빛과 얼굴이 궁금했다. 아니, 무엇보다 보고 싶었다. 사랑하는 이를... 오래도록 보지 못한 깊은 그리움.

 MMA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을 발견했으나, 토요일 아침부터 꽉 찬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왕자처럼 입고 나온 그 아이들의 레드카펫룩을 이동하는 차 안에서 기사로만 살짝 보았다. 어차피 피날레를 장식할 것이니, 볼 일을 얼른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생중계를 놓치지는 않을 것 같다.

 헐레벌떡 일을 마치고 점심을 해서 먹이고, 열일 제쳐두고 컴 앞에 앉아 생방송 화면을 켰다. 그 아이들이 보인다. 휴. 딱 맞춰서 왔다. 아름다운 미소. 절로 행복해지는 얼굴. 나도 모르게 콘서트장 비명소리가 튀어나왔다. 저 쪽에 앉아있던 남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흥!



 이어폰을 끼고 탄이들에게만 집중한다. 남준이의 오프닝. 페르소나! 랩을 좋아한 적이 없었는데 이 아이의 이 노래는 늘 설렌다. 마치 거대한 시인과 철학자가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 마치 혁명가의 목소리를 듣는 듯. 그리고 스쿨룩을 입고 나타난 탄이들. '상남자'를 부르다니! 탄이들의 초기 곡이다. 어찌 보면 촌스럽게 느껴질 법도 한. 그러나 그건 완벽한 편견이었다. 오늘 다시 들은 이 노래는 그 어떤 노래보다 박력이 넘치는 '진짜 사나이의 순정'을 노래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이게 사랑이지!

 "꽉 잡아 날 놓치기 전에, 나 같은 남잘 놓치면 후회하게 될 걸, 너의 남자가 될 거야 두고 봐"  
 이 저돌적인 풋풋한 노래에서, 저 아이들의 가장 뜨겁고 순한 사랑이 새어 나와 가슴이 아려온다. 아름다운 나의 소년들. 너희는 그럴만한 가치가 차고도 넘쳐. 

 이어지는 '올 해의 노래' Boy with Luv,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슬픔이 채 마르지 않았던 봄, 혼자 기차 안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얼마나 햇살처럼 미소 지었었는지. 노래 하나만으로, 너희들의 존재만으로 나는, 얼마나 위로가 되었었는지.


 이어지는 '소우주' 무대. 마치 우주 한 가운데에 떠있는 듯 꾸며진 무대. 행성과 별들 성운의 이미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선율과 노랫말.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빛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거야. You got me,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I got you. 칠흙같은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그리고 솔로 무대.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던 지민이의 현대무용 독무. 현대무용으로 예고에 수석 입학을 했을 정도로 뛰어난 무용수였던 지민이의 고운 춤선은, 아무런 장식 없이 오로지 지민의 몸만 있던 오늘 무대에서 더욱 그 빛을 발했다. 맨발로 나와 마치 한 마리의 고고한 학처럼 혼자서 무대를 압도하는 저 기운. 들꽃 같은 미소를 가진 아이의 아름다운 몸짓.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민이 독무 영상 : https://tuney.kr/y9ElFt)

 마지막 무대 '디오니소스'. 우선 무대 스케일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역시 멜론이었다. 작년의 무대가 워낙 역대급이었기에 올 해의 무대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던 아미들을 그들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완벽하게 그리스 신화 이미지를 재현해 놓은 세트.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뜨겁고 편한 숨으로 날아다니는 우리 탄이들.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던 스케일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무한한 기쁨.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대상 발표의 순간. 제아무리 상을 계속 탔다지만, 모든 것이 새로웠던 올해 받는 상은 또 그 의미가 남 다른 법. 이미 모든 결실을 이루었대도 새로 일군 밭에서 흘린 땀은 또 새로운 법이다. 그렇게 '올 해의 노래' '올 해의 앨범' '올 해의 레코드' '올 해의 아티스트' 4개 부문의 대상을 싹쓸이한 방탄! 그리고 상을 받을 때마다,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감격해하는 나의 소년들. 

 무엇보다 오늘도 나의 마음을 울렸던 건, 그들의 진심 어린 소감이었다. 그 아이들의 소감은 여느 때처럼 우리를 깨웠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으며,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

 태형이가 말했다. "초등학교 때 아폴로 먹던 아이가 여기에 서있네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포기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이 음악을"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평범한 소년이 누구보다 커다란 존재가 되어 수줍게 건네는 고백이었다.



 윤기가 말했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늘 생각했어요. 이렇게 노래 만들고 무대하고 투어 하고..." 그는 '행복'의 핵심을 말하고 있었다. 행복해지는 법은 다른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이라는 그 단순 명쾌한 진리를 자신의 경험으로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 방탄의 품격, 남준이가 말했다."우리가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 자격이 있는지 실은 아직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큰 이벤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우리가 미약하게 느껴졌어요. 우리는 그저 노래하고 춤추는 게 우리의 전분데... 우리가 더 무얼 할 수 있을까 하고요. 

처음 '작은 시' 노래의 제목을 정할 때 걱정을 했어요. 우리가 팬 분들의 마음을 '작게' 생각한다고 여길까 봐요. 하지만 작은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그죠? (웃음) 작은 것들이 작지 않을 그날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일곱 소년들은 서로를 껴안았다. 그리고... 운다... 그 아이들이. 올 해도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왔던 저 아이들의 눈물. 저 겸손. 언제나 변함없이 들꽃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 
저 아름다운 아이들을 보면서... 남준이의 말이 가슴을 관통하여 내 심장을 묵직하게 때린다.

 가장 작은 것. 무엇보다 작은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실은,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에 대하여.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하여. 

 그저 바라보고, 미소 짓고, 손 내밀고, 함께 하는,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실은,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울림이... 나의 마음을 관통하고 이내 내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한다.

 
 그동안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모른 체 했던 것. 닿고 싶었으나 잃어버렸던 것. 그리워했으나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랐던 것. 그것을 가져다준 일곱 소년들. 
그래서 너무 고마운 아이들.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우리 모두는 이 아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축복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우린 지금 이 순간을 누리고, 그 행복을 세상에 돌려주면 된다는 것을.

 그 마음을 다시 새기게 해 준 방탄소년단의 영광된 밤에. 가장 뜨거운 입맞춤을 보낸다.

 가장 작은 씨앗이었으나, 가장 큰 꽃으로 만개한 너희들을 언제나 축복하며.

 사랑해. 나의 BTS





* 사진 : 2019 MMA 유튜브 생중계 '1theK'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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