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_경계

by Nam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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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친 자리에는 언제나 조금의 혼란과 조금의 고요가 함께 남습니다.

젖은 공기 속을 걸어가다 우연히 마주한 물웅덩이는,

방금 전까지는 불편함이었지만 어느 순간 도시를 온전히 품어내는 거울이 되어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것보다 더 깊어 보이고, 더 진실해 보이는 또 하나의 세계가 그 안에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좋지 않다'고 단정해버린 것들 속에,

실은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또 다른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빛이 부족한 날에만 보이는 색이 있고,

흔들리는 순간에만 잡히는 표정이 있는 것처럼

삶도 언제나 그렇게 예상 밖의 얼굴을 보여주곤 합니다.


좋은 순간이 항상 좋은 결말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나쁜 순간이 반드시 상처만을 남기는 것도 아니더군요.

어쩌면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은 그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가능성'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그 가능성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빛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고, 또 다시 새로운 길이 되기도 합니다.


이 풍경처럼 말이죠.

분명 불편하고 귀찮았던 비의 흔적이

도시에 가장 아름다운 반사를 남겼습니다.

모든 것이 뒤집혀 보이는 순간,

오히려 세상은 더 또렷해지고, 더 깊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진을 통해 다시 배웁니다.

좋고 나쁨은 언제나 뒤섞여 있고,

그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선명하지 않다는 사실을요.

어쩌면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불완전한 순간에

가장 따뜻한 빛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삶은 그렇게 조용히 반전의 순간을 준비하고,

우리는 그저 그 변화를 바라보는 사람이 될 뿐입니다.

이 물웅덩이 앞에서 저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세상에는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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