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역은 늘 좀 느립니다.
열차는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고 출발하지만,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한 박자쯤 앞서 있거나
혹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며 걷는 사람,
휴대폰을 붙잡고 누군가에게 "곧 도착해"라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안내판만 바라보는 사람까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서 있지만,
각자가 돌아가고 있는 '고향'의 모습은 조금씩 다릅니다.
누군가에게 고향은 여전히 부모님의 집이고
누군가에게는 이제 추억으로만 남은 장소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야 하는 경유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연말의 이동은 설렘보다는
어딘가 조심스러운 마음을 함께 디려옵니다.
스트릿 사진을 찍다 보면
이렇게 목적지가 분명한 순간보다
마음의 방향이 더 복잡한 장면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돌아간다는 행위는 단순히 '이동'이 아니라
한 해 동안 쌓인 감정들을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플랫폼에 들어오는 열차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잠시 말을 멈춥니다.
그 짧은 정적 속에서
각자의 한 해가, 각자의 고단함이,
그리고 각자의 기대가 조용히 겹쳐집니다.
그리고 이내,
열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문을 열고,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흩어집니다.
하지만 사진 속에 남은 이 순간만큼은
아직 떠나지도, 완전히 돌아가지도 않은 상태로
시간 안에 잠시 머뭅니다.
아마 연말이라는 것은
이렇게 멈춰 선 플랫폼 같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한 해를 떠나보내기 직전,
그리고 다시 어딘가로 향하기 바로 직전의 마음.
스트릿은 그 사이를 기록합니다.
말로는 꺼내지 못한 감정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그 틈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