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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Feb 19. 2024

왜 동아시아 의사들은 파업하지 않는가?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 이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현재 의사 파업(※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음)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의사나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이미 지금도 활발한 토론이 불타오르고 있다.


그보단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글을 우연히 발견하여 요약 소개하고자 한다. 2023년 8월 영국 의학 저널(BMJ)에 실린 Ember Chiu 기자의 기고문이다. 날짜를 보면 알겠지만, 올해 한국 의료계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대만의 이야기이다.


[바쁜 사람을 위한 요약]

- 왜 동아시아 의사들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파업하지 않는가?

- 코로나 대유행으로 동아시아 의사들은 한계점에 이르렀다.

- 그러나, 의료와 파업에 대한 문화적 태도로 의사 파업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1 서론

대만 의사들은 코로나 대유행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위했으나, 아직 파업한 적은 없다. 영국, 프랑스, 미국(일부 도시)의 의사들이 파업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에 비하면 이는 매우 놀라운 점이다. 이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의사는 여전히 파업을 도덕적으로 어렵게 생각한다.


#2 관료적 장벽

상황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의사도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의과대학은 의대생에게 '희생'이 의료업의 본질이며 의사는 '노동자가 아닌' 독립적인 전문가라고 가르친다. 10년의 노력 끝에 전공의의 노동은 노동법에 포함되었으나, 다른 의사들은 여전히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


#3 코로나 대유행 이후

코로나 대유행 이후 대만 의사와 간호사들은 정부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여러 차례 열었지만, 아직 파업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는 영국의 의료진 파업을 동경하며, "자신들은 왜 그렇게 용감할 수 없는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4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

① 한국

2000년과 2020년 두 차례 주요 의사 파업이 발생했다. 대만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가장 최근 파업 이후 정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파업 의사에게 직장 복귀를 '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의사에게 처벌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그러나, 한국 의사의 불만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의료 서비스에 대해 지급하는 금액이 적어 의사가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크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권 또한 인턴과 전공의만 보호되고 있다.


그런데도 의사는 파업과 환자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② 일본

특유의 문화가 일본 의사를 통제하는 요인이 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승려와 사무라이가 평민보다 특별한 지위와 더 큰 경제적, 사회적 자원을 가지며 이에 따른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나라다. 그게 현대의 의사이다.


안정된 사회적 지위와 소득으로 인해 노동조합을 조직할 필요를 느끼는 의사는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일본 의사들은 공개적으로 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근무 시간에 대해서도 불평하지 않으며, 이를 불경하게 생각하는 문화라고 한다.


일본은 파업 자체를 생각할 수 없는 곳이다.


③ 중국

코로나 대유행 동안, 그리고 지금도 중국 의료진은 업무가 너무 많아 지친 상태다. 그러나, 대만에서 볼 수 있는 보상 시위는 중국 본토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 아이디어조차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 종사자들은 항의하지 않는다.


노동조합법은 존재하나, 중국 의사는 사실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자유와 자율성이 없다. 모든 사람이 지치고 불평을 늘어놓더라도 곧 바쁜 일정으로 돌아간다.




기고문은 이렇게 끝난다. 뭔가 말을 하다 만 느낌인데, 그건 아마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아시아는 그동안 특유의 사회문화적 이유로 의사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어려웠으나, 코로나 대유행 이후 상황은 변하고 있다. 어쩌면 의사 파업은 피할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의사 파업은 다른 국가의 의사에게도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이벤트이다. 즉, "주변 국가는 의사가 파업 안 하는데, 한국 의사는 왜 파업하냐?"라는 비난은 순서가 틀린 것이다. '한국 의사의 파업이 어떻게 끝나는가'가 주변국 의사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단순한 'K-국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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