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0번째 글
나도 언제나 젊진 않은가보다. 어디가면 아저씨 소리를 들어도 전혀 이상한 나이가 아니다. 난 항상 내가 젊을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난 더 이상 젊지 않다. 누구와 처음만나 나이를 이야기하면, 예전에는 "생각보다 어리시네요"라는 뉘앙스가 많았지만 지금은 "아~"가 끝이다.
예전에는 그 어떤 행사나 모임을 가든 막내였고 나는 그걸 무척 싫어했었다. 남자들 세계에선 나이가 어리면 파워게임에서 무시당하기 일쑤다. 최근에는 어디를가도 막내가 아니다. 좋으면서도 좋지 않은 이상한 느낌이다.
전통시장을 살리는게 거의 불가능한것처럼 내가 하는 활동이나 일도 언젠가는 끝날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1년사이 내가 많이 고민하는것은 내가 꽉 잡고있었던(만약 그런게 있었다면) 뭔가를 이제 다른 사람에게 물려줘야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다. 예를들어서 블로그 같은게 그렇다. 어쩌면 나는 이 지역에서 너무 오래도록 블로그를 해왔을지도 모른다. 진작에 물려주고 떠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이 머리를 휘젓는다.
적당한 시점에 그만두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만두는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어느정도 성과를 이뤘다면 그만두는건 계속해서 어려워진다. 관성이 생긴다. 그래서 하던대로 계속하게되고 고인물처럼 썩게된다. 새로운 것도, 변화도, 도전도, 모험도, 설레임도 없다. 그저 기계처럼 관성으로 뭔가를 계속하는 것이다. 관성이 붙어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걸 내가 왜 하고있는지, 내 목표는 무엇인지도 불분명해지고 기억조차 나지 않게된다. 나는 이 작은 고장을 주제로 블로그를 만 10년간 운영해왔다. 지금은 10년전, 내가 어떤 목표로 시작했는지 어렴풋하고 흑백사진처럼 흐릿하게 기억 날듯말듯할 뿐이다.
큰 마음먹고 공채로 입사한 공기관을 그만둘 때를 뺀다면, 그동안 뭔가를 그만둔건 거의 없었다. 없으면 아쉬워지기 마련이다. 친구 관계, 일, 취미, 기타 자질구레한 것들 모두 따져봐도 무엇하나 제대로 그만두거나 단 칼에 잘라버리고 훌훌 털어버린게 거의 없다. 1년간 단 한번도 입지 않은 코트를 당장 갖다버리지도 못하고 있지 않나.
요즘 나는 뭔가를 더 할까보다는 어떤걸 그만둬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그동안 나는 너무 욕심부리며 살았던건 아닐까? 신경쓸게 너무나도 많았었던 것 같다. 스스로를 많이 혹사시켰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나쁜놈이다. 용기가 없었다. 뭔가를 그만둘 용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