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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Dec 03. 2020

콘텐츠 양 VS 질

콘텐츠 기획 또는 제작자로서 매번 마주하는 문제는 소재의 고갈이다. 어떤 주제를 다루건 소재가 무한하지 않은 까닭에 언젠가는 만들 수 있는 내용이 고갈된다. 따라서 하나를 만들 때 웰메이드로 잘~ 만들어서 OSMU 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양이 적으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기 어렵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자는 항상 퀄리티 VS 퀀티티의 기로에 서야한다. 


한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서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이것저것 다 다루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해야한다. 이건 이정표 없는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여행자의 심정과도 같다.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 제작을 포기하는 첫번째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전문성을 가져가자니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이것저것 다 다루자니 전문성이 없어보인다. 결국 계속 고민만 하다가 콘텐츠 시장을 떠나버린다.



크리에이티브에서 주제의 확장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방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짧아진다. 나이를 먹게 되면, 집중력과 체력도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콘텐츠 크리에이티브에 굉장한 제약을 받게 된다. 결국 콘텐츠 크리에이티브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는게 거의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인 까닭에 한 명의 사람이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전문성을 가지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전문성이 결여된 콘텐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오래 지속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콘텐츠가 고갈되고, 운영하던 매체에는 거미줄이 생긴다. 


우리는 콘텐츠 기획을 잘해야한다. 많은 예비 크리에이터들이 기획을 얕잡아 본다. 자신이 어떤 주제를 다뤄야할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은채로 그저 마음가는대로, 혹은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주제로 시작하고싶은 심리를 느끼게 된다. '내가 원하는 주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하는 주제'를 다루거나 '내가 잘하는 분야'가 아니라 '현재 인기있는 분야'를 다룰려고 시도한다. 이런 행동은 곧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영화를 시청하는 것과 같다. 혹은 이별이 예정된 시한부 연애와 다르지 않다. 언젠가는 끝난다. 오래 지속 할 수 없다.


콘텐츠 기획은 너무나도 중요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오히려 부족하다. 그런데 이 기획이라고 하는건 사람의 생각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획을 가르쳐주거나 알려주는건 대단히 어려운 분야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평범한 사람들은 콘텐츠 기획을 해본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중요성도 알지 못해서 기획을 대충해버린다. '기획? 먹는건가?'


당연히 콘텐츠는 엉망이고 결과는 형편없다. 이런 현상은 1인미디어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기업에서 진행하는 콘텐츠에서도 볼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콘텐츠 프로덕션 전체 과정에서 기획이 8할 정도 된다. 콘텐츠 기획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어떤 글을 써야할까? 무작정 글을 많이 쓴다고해서 원하는걸 얻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면서 하루에도 수 개~ 수 십개의 글을 토해내듯 올리는 어떤 글쓴이 분은, 수천편의 글이 있는데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가지지 못했다. 


주제를 한 두 가지 정도로 한정해서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어떨까? 전문성을 노출하는 좋은 기획이겠지만, 콘텐츠 자체는 그다지 많이 만들긴 어려울 것이다. 


자,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고민이 충분히 진행되어야하고 고려되어야한다. 시장조사도 당연히 해야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야한다. 콘텐츠 시장은 대충한다고해서 원하는걸 얻을 수 있을만큼 만만하지 않다. 여러분들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은 성공궤도에 오른 사람들이며 아주 극소수일 뿐이다.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콘텐츠 시장에 들어왔다가 이 곳의 더러움과 냉정함에 고개를 저으며 다시 빠져나간다. 


역으로 계산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예를들어 이런식이다. 


책을 내고 싶다 → 글 200편이 필요하다 → 하루에 글 1편씩을 쓴다면 200일이 걸린다 → 나는 하루에 글 1편을 쓸 시간이 없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틀은 필요하다 → 400일이 소요된다 → 400일 뒤는 너무 먼 미래같다. 나는 빨리 책을 쓰고 싶다 → 하루에 글 2편을 써서 100일로 단축해야한다 → 하루에 글 2편씩 100일동안 꾸준히 쏟아낼 수 있을만한 주제들 중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 주제 결정 후 스케줄표 짜서 반복 글쓰기 후 책 완성 → 끝.


그런데 이런 수련과정이 굉장히 어렵다. 뭔가를 꾸준하게 한다는거 자체가 이미 어려운 부분인데다가 콘텐츠 제작이라는건 생각의 표출이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머리도 많이 굴려야한다. 위 프로세스를 만약 그대로 지킬 수 있다면 아무리 못해도 400일 뒤에는 책 한 권이 나온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반복을 지겨워하고 또 앞에서 이야기한 소재 고갈을 마주하면서 한 달 안에 포기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이런 지겹고 지겨운 반복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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