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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Dec 16. 2021

마음이 슬플 때는 글을 씁니다.

나를 싫어하는 상사에게



미움받는 직원이 될 거라고는 절대 생각지 못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나와 일해본 상사들은 나를 좋아했다. 잘 보이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다. 내 성격이 그랬다.


잘한다는 말을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기에 힘든 일도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안 하고 그저 주어진 일은 묵묵히 해냈다. 잔소리 듣는 걸 좋아하지 않은 성격이기에 상사가 말하기 전에 먼저 해내려고 야근을 밥 먹듯 해가며 일을 했다. 할 수 있는 한, 내야 하는 자료는 1번으로 내야 했기에 급한 일이 없어도 주말 근무를 사서 하며 미리미리 일을 해두었다. 웬만한 남자들과 비교해도 지지 않고 싶었기에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N차의 술자리도 사수하면서 살았다. 그러면서도 힘들지 않았던 건 그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성격이었고, 그로 인해 나의 입지와 나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0년을 살았다.



어떤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2년이라는 휴직의 시간이 내게는 그렇다. 나를 애정하고 믿어줬던 선배들 중 어떤 이는 회사를 떠났고, 다른 이들은 더 이상 같은 부서에 있지 않다. 최근엔 90년 대생들을 넘어 2000년생들에 가까운 후배들이 점차 사무실의 공간을 메워가는 동안, 나는 바보같이 그들이 몹시도 그립다.

게다가 젊은 여직원들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못된 부장님이 자주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육아 휴직자라는 꼬리표를 내게 달아 절대로 평가에서 1등을 주면 안 된다는, 내겐 정말 못된 상사이다. 모진 핍박과 어려움에도 결국 나는 1등이라는 성과를 받았다. 그러나, 부장님은 1등이라는 평가를 뒤집으라고 평가자인 과장님을 압박했다. 4-5차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과장님은 평가를 바꾸지 않고 내 성과를 지켜 주셨다.


그렇게 나를 믿어준 평가자인 과장님은 아쉽게도 금번 인사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다른 곳으로 가면서도 끝까지 내 일이 많다고 걱정하시며 조직개편 때 일을 좀 덜어주려고 했는데 아쉽게 되었다며 떠나는 순간까지 걱정을 해준 고맙고 감사한 분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과장님이 오셨다. 호탕하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과장님이 오셨지만 나는 또 속으로 울어야 했다. 부장님과 첫 대면 자리에서 부장님은 과장님에게 이번에는 꼭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성과를 1번을 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새로 오신 과장님은 아직 평가기간도 아닌 데다가 발령을 받고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성과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많이 놀랐다고 했다.

과장님의 업무 인계인수서 작성을 위해 주말 근무를 나갔다가 과장님이 부장님과 나눴던 이야기를 팀장님에게 전해 들으며, 나는 내가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지 고민해야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노조에 찾아가 이런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다


나는 부장님이 좋을 리가 없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불가피하게 만나야 하는 상사. 친절하고 나긋나긋한 나지만, 부장님 앞에서는 얼음이 되고 만다. 그래도 부장님의 마음까지 잡을 줄 알아야 승진할 거라며 선배들은 조언하지만, 내 마음 한편에서는 그렇게 더럽고 치사한 것이 승진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이 아프다. 부장님은 왜 나를 그렇게 싫어하는 것일까? 나의 어떤 부분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부서의 책임자인 과장님과 팀장님, 팀원들도 인정한 나의 노고를 왜 그는 인정하지 않는 걸까? 정말로 육아휴직을 한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라면 그 상사에게 말해주고 싶다.


부장님,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두 아이의 엄마라는 표딱지 떼고 진짜 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2년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변화된 이 조직의 흐름을 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쉬고 왔지만 남들보다 어려운 일을 맡아 성과를 냈고, 평가자의 1등급 평가를 이끌어 내는 저를 보며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을지 한 번 생각이나 해 보셨습니까?

단지 그런 것은 알려하지 않으시고 눈에 보이는 상황인 육아 휴직자로 저를 판단하려 하심에 저는 매우 속이 상합니다. 휴직하고 띵가띵가 놀고 온 사람한테 어떻게 1번을 줄 수 있냐고 그러셨다지요. 휴직기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지난 6개월에 대한 평가임에도 자꾸 휴직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 또한 능력과 실력보다는 인지상정이 우선이 된 평가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어른으로서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뒷담화로 제 평가를 깎아 내리시려는 행위에도 화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더 이상 부장님의 인정을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인정 따위는 제가 거부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은 참지 않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마음속 이야기로 묻히고 말겠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마음이 슬플 때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고, 이러한 내 속마음을 위로해주는 친구들이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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