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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Aug 07. 2022

힘든 직장생활을 이기는 가족의 힘

워킹맘의 직장생활

7월의 마지막 날.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마음 속에 수많은 말들이 뒤엉켜 머릿속을 괴롭혔다. 이제 그만 마음에만 간직한 말들을 세상 밖에 꺼내 놓으라고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지난 4월, 6개월의 업무 평가와 성과가 매겨졌다. 1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켜내지 못했다. 우려대로, 육아 휴직자의 프레임을 씌운 그 못된 상사(=찐꼰대)의 압력에 결국 과장님은 평가를 뒤집었고, 그에 대한 결과로 승진 순위는 밀리게 되었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그 과장님. 결국 이런 식으로 사람 좋다는 소리를 챙겼어??


무언가 해야만 했다. 복직한 지 1년이 넘은 나에게 지금까지 육휴자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오죽 붙일 꼬리표가 없어서 대표급 간부라는 사람이 육휴자의 꼬리표를 1년 넘게 붙인다는 생각이 들어 더는 가만 있지 않기로 했다.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과장님께 진짜 평가를 바꾸었냐고 물었다. 이미 여기저기서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없이 미안하다고 했다. 조직을 위해서, 한명이라도 승진을 시키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금번은 소폭의 인사가 예정되어 있어 승진요인이 없을 것 같다며,  금번 평가만 이렇게 처리하면 다음부터는 부서의 평가를 손대지 않겠다는 찐꼰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 같지 않은 말을 거르지 않고 내게 던졌다.


어이가 없었다. 이런 말을 내게 하고 있는 과장님은 대체 어느 별에서 오신 분인지. 그렇게 사람 좋다는 말이 상사들에게 무조건 "Yes" 여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그리고 지난번 평가 때 4~5차례의 압박에도 내 평가를 지켜주다 다른 곳을 발령이 나신 과장님도 생각났다.


힘 없는 직원 나부랭이인 나지만 부당한 현실에 맞서고 싶었다. 이렇게 당하고 있는 것은 결국 나를 지키지 못한 나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줄 것만 같았다. 노동조합을  찾아갔다. 성과에 대한 평가가 뒤집히는 이러한 상황을 고발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당장 인사권자를 만나서 주의를 주겠다고 큰 소리치던 노조 위원장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그러는 중에 인사예고가 떴다. 승진 대상자가 없을 거라했던 과장님 말은 거짓이었다. 나와 동일 직군의 경쟁자들이 승진 후보자에 올랐다. 인사예고가 뜨고 승진자가 결정되는 일주일의 시간동안 많은 소문들이 퍼졌다. 회사 복도에서 생성된 온갖 카더라 통신들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어떤 이는 속도 모르고 예고가 뜨자마자 내가 승진할 거라며 미리 축하를 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장님을 만나야 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야 했다. 내가 왜 휴직할 수 밖에 없었고, 지금까지 이 조직에 몸 담으면서 내가 했던 성과들을 기록하여 편지를 보내고, 면담요청을 했다. 편지를 본 사장님은 많이 고민 중이라며, 여러 상황들을 종합하여 금번 인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7월 20일. 늦은 오후에 승진 결과가 나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던 눈물을 꾹꾹 눌러 담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 울고 싶지 않았다. 아니, 울고 싶었지만 회사에서는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위로를 보내려고 나를 찾아온 선배와 후배들이 발갛게 붉어진 내 눈시울을 보고 흠짓 놀라 다시 돌아갔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퇴근 시간까지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던지.. 6시가 되자마자 짐을 싸 들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마침 들어오는 후배랑 눈이 딱 마주쳤다. 뭔가 말하려고 다가오려는 후배에게 "먼저갈게" 라는 말을 얼른 남기고 부랴부랴 엘리베이터를 탔다. 무슨 말이라도 들으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기에...



차에 올라타 주차장을 빠져 나오기기 무섭게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때마침 보내온 후배의 카톡에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차마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자꾸만 내 발목을 잡아대는 육아휴직이라는 생각에 혹시나 그 분노가 아이들에게 옮겨갈까 두렵고 두려웠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남편이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만 남겨놓고  밖으로 나와 치맥을 나누며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실은, 남편도 승진에서 밀린 적이 있었기에 남편에게 받는 위로는 찐 위로가 되었다. 당장에야 힘들지만 실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더라는,, 우리 아이들이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고 걱정하고 있는지 알면 승진은 결코 큰 문제가 아니라는 남편의 말은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여자로서 힘겹게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고맙고 미안하다는 진심의 말로 나를 다독였다.


그래,  다시 힘을 내야지 :)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무언가를 준비했다. 편지는 늘상 받는거니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상한 돌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편지에 담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 가족의 소원탑이라고 한다. 나중에야 안 비밀이지만, 두 아이가 아파트 화단에서 돌을 주워다가 하나하나 정성껏 물감으로 색을 칠했다고, ㅠㅠ




참 신기하다.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는데 우리 아이들이 다 느끼고 다 알고 있었다. 사랑, 행복, 행운, 기쁨을 상징하는 4개의 탑에 비해 유난히 낮은 승진을 상징하는 탑. 생각이 짧은 엄마가 첨에는 나는 승진운이 없는거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탑의 진정한 의미는 사랑, 행복, 행운, 기쁨 모두 가득한 우리 집에서 승진은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말해 주었고, 그 모든 요소가 승진의 슬픔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와-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문득, 애정하는 우리 선배님이 말해주신 "가치있는 일"이 떠올랐다. 엄마의 마음을 공감해주며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으라고 은근하게 이 바보같은 엄마를 바른 곳으로 안내하는 우리 아이들. 정말 난 참 가치있는 일을 한 거였구나. 잠깐이라도 육아휴직을 했던 시간들을 자책하는 내 모습이 참 부끄러운 일이었구나. 그래- 승진, 조금 늦으면 어때. 그렇다고 아이들의 성장을 늦출 수는 없는 거였잖아... :)



엄마, 괜찮아요!
지금 엄마 일 못하시는 것 아니고
엄청 잘 하고 계세요.
속상해 하시지 마시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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