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하루 속에서 발견한 여유 (무농)

감사한 일

by 나무나루주인

어긋난 하루 속에서 발견한 여유 (무농)


오늘은 유난히 추위가 매서웠다. 복사지를 사러 잠깐 나선 길이 뜻밖의 여정이 되었다. 문방구에는 일요일 휴무 안내가 붙어 있었고, 급히 들른 마트 매장 역시 문을 닫은 날이었다. 결국 집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서야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돌아보니 그 시간은 자연스러운 걷기 운동이자 숨을 고르는 여백이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사람들의 하얀 입김과 둔한 걸음을 바라보며, 겨울이라는 계절을 온몸으로 지나고 있다는 실감을 했다.


일에 몰두하다 보니 점심시간도 놓쳐 버렸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다섯 시. 뒤늦게 허기를 느끼며 하루의 흐름을 돌아보니, 오래 몸에 밴 집중의 습관이 여전히 나를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몇 번을 고쳐 써도 마음에 차지 않는 순간이 있지만, 그 더딘 과정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안다. 오늘은 특히 글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그 어려움조차 배움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하루 속에서도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계획에서 벗어난 일정, 반복되는 수정, 추위 속의 긴 걸음까지 — 이 모든 순간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채운 살아 있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감사한다. 어긋난 일정 덕분에 얻은 움직임과, 뜻대로 되지 않는 과정 속에서도 조급해지지 않으려는 마음에 대해. 완벽하지 않은 하루였지만 그 안에서 여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오늘을 따뜻하게 마무리하게 한다. 삶은 늘 매끄럽지 않아도 괜찮다. 그 흐름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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