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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Sep 13. 2020

면접을 보다가 눈물이 터졌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면접을 정말 많이 봤다.


지난 1년간 본 면접만 열 개가 넘으니까 취준생부터 센다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 많은 면접을 모두 똑같은 마음으로 임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어떤 면접은 아직도 아쉬울 정도로 간절했고, 어떤 면접은 자소서 파일을 뒤져봤을 때나 생각날 만큼 새까맣게 기억에서 잊혀졌다.



1년의 면접 중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왓챠였다. 직무 연관성이 낮아 스스로 힘들겠다 생각하며 지원했는데 지원서에 간절함이 보였는지 면접을 보게 되었다.


장도연이 한 방송에서 방청객들이 모두 x밥으로 보인다는 말을 했었다. 그게 본인이 개그를 할 수 있는 힘이라고. 나도 그 정신이 있으면 좋으련만 대체로 사람은 무언가를 멋있다고 여길수록 그 앞에서 작아지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변명하자면 왓챠 때는 완전히 기가 눌렸다. 내가 면접관의 성에 차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내 대답들이 창피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면접에서 합격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때의 기억을 진하게 되살리는 면접을 봤다. 내가 3년 동안 눈여겨본 스타트업이었다. 내가 아는 한 그동안 채용 공고가 한 번도 없었고, 그래서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공고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들어간 걸까. 내부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이런 곳이 있네’의 설렘을 줬다. 3년간 보지 못했던 공고를 운 좋게 발견하고 면접 기회를 얻었다.


면접엔 과제가 있었는데 가고 싶었던 곳인 만큼 선택 과제도 두 주제를 모두 제출했고, 필수 과제도 아이디어를 하나 더 포함했다. 물론 양이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저 너무 오고 싶어요’를 나름대로 어필한 것이었다.



면접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됐고, 내가 준비했던 상투적인 자기소개, 성격의 장단점 관련 질의는 없었다. 면접관은 그간의 내 경험과 아이디어에만 관심이 있어 보였다. 이런 면접이 떨어져도 불쾌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정말 내 능력으로만 평가를 받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면접을 수월하게 봤다는 뜻은 아니다. 면접관은 열심히 반응을 해줬지만 어쩐지 그게 좀 미지근했다. 나는 내가 보이스 오브 코리아에서 등을 돌리고 앉은 심사위원을 앞에 둔 지원자처럼 느껴졌다. 막 엉망은 아닌데 훅이 없는.


면접관은 내게 뭔가를 갈구했고 나는 여전히 확신을 주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ㅇㅇ님이 첫 면접자라 면접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확답을 못 드리겠어요.


면접관은 내 경험이 지금 뽑는 직무와 핏이 맞고, 좋다고 생각하지만, 다음 주까지 대 여섯 명의 면접이 남아있어 자신도 결과를 모르겠다고 말해 주었다.



“사실, ㅇㅇ님의 브런치 글을 읽었어요.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신지 알겠고, 충분히 그 연차에서 고민할만한 내용이더라구요.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준비하셨으니까 혹시나 이 면접에서 합격하지 않더라도 더 좋은 기회를 반드시 만날 거예요”


정말 진심을 담아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왠지 자기가 불합격처럼 말하고 있는데 정말 면접 결과를 자기가 예상할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며.


그런데 어쩐지 나는 그게 불합격을 위로하는 말처럼 느껴졌고, 눈물이 막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정말 주책이었다. 저 말을 내뱉으면서는 울먹이고 있었다. 그동안 면접에서 차분해 보인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긴장을 숨기는 나름의 방법이었는데 덕분에 간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평도 함께 들었다. 너무 가고 싶었던 곳인데 끝이라고 생각되니 어쩐지 이 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관은 감사하게도 내 주책을 받아 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본인 회사가 그렇게 대단한 곳이 아닐 수 있다면서 말이다.


면접이 끝나고 집 가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 조금 울었다. 내가 지금껏 해온 일들을 누군가 알아줘서였던 것 같다. 면접은 떨어지더라도 나는 그 날 꽤 괜찮은 어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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