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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Jul 11. 2020

살맛 일기 - 퇴근 후 소소한 작업 (이모티콘과 목표)

아직 과정 안에 있지만 그래도 재밌다.

[살맛 일기]

살맛 나는 오늘의 하루, 몇 글자라도 끄적여 남겨보자. 지극히 사사로운 생각과 언어들이 담긴 오늘의 일기.





#1.

몇 년 전, 대학생 때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 중 하나가 '이모티콘 만들기'였다. 과제 내용을 듣자마자 나는 속으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 이거 과제도 하면서 제안까지 진행하면 꿀이겠는데?'. 생각은 쉬었다! 막상 이모티콘을 만들려고 하니 허허벌판에서 무엇을 시작하고 그려나가야 할지 감이 1도 잡히지 않았다. 같이 다니던 동기들과 다르게 나는 그림엔 영 자질이 없었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위해 곰곰이 생각하던 찰나에 '웃기는 걸 그려야겠다!' 싶었다. 동기들처럼 세밀한 묘사와 퀄리티 있는 느낌의 그림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이지만 공감성이 짙고 웃길 수 있는 이모티콘이면 먹히지 않을까? 싶어서 틈틈이 (나름) 재밌는 이모티콘을 만들어 나갔다. 


#2.

과제 제출 날, 나는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마냥 '과제 제출'로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모티콘을 제안하기 앞서 처음으로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수님은 내 이모티콘 파일을 확인한 후 웃으시면서 가볍게 꿀밤을 딱! 콩! 치셨다. 이모티콘 그림이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 동기들도 내 작업물을 확인하고 너무 어이없는 그림에 다들 실소가 터져 나왔다. 과제를 떠나서 반응을 확인하고 싶었던 나는 어느 정도 안도감이 생겼다. 결국엔 다들 웃지 않았나. 그건 공감되기 때문에 나온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3.

시간이 흘러서 작업물을 조금 다듬어서 카카오 이모티콘에 제안 진행을 했다. 마음이 많이 쿵쾅쿵쾅거렸다. 제안만 했을 뿐이지, 머릿속엔 이미 이모티콘 작가가 된 나는 행복한 망상에 빠져버렸다. 기대되는 몇 주가 흘렀고, 결과는 보기 좋게 '미승인'처리가 나왔다. 카카오톡은 이모티콘 미승인 처리를 하면, 어떤 이유에서 어느 부분이 사업성이 떨어지고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을 나열해주지 않는다. 뭐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여러 제안서가 나오고 그것을 처리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까. 거기에 일일이 미승인 사유를 적어주기까지 한다면 몇 배는 더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카카오톡 사정이고 나는 무지막지하게 궁금했다! 지금에야 한없이 부족하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작업물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실망감이 앞섰다. 이유라도 알면 그것을 보강해서 더 잘할 자신도 있었고 말이다. (사실 한 번에 된다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로 너무 부족한 솜씨긴 했다.)


#4.

몇 년이 흘러서 지금도 이모티콘에 대해서는 도전 의식이 강하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진 않고 있지만..) 퇴근 후 틈틈이 이모티콘 작업도 종종 진행하고. 그렇지만 나도 잘 안다. 도전의식은 강하지만 이렇게 조금씩만 하다간 도전의식만 강할 뿐, 작업에 대한 진전이 없다는 것을. 좀 더 열정을 쏟고 진행해야 함을 절실히 알고 있다. (퇴근 후 피곤함을 방패로 잘 움직이지 않는 내가 조금은 웃기고 밉다.) 


#5.

게으름에 대해선 스스로를 잘 알기에, 현실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주말을 이용해 제안하기 진행이다. 이것을 목표로 주말을 달리고 있다! 어떻게 흘러갈진 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조금씩 지켜나가니 새로운 마음이 생긴다. '나도 목표한 거 조금씩이지만 지켜나갈 수 있는 사람이었네!' 하면서. 요즘엔 이모티콘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이 예전보다 많이 생겨나고 있다. 카카오, 라인, 네이버 오지큐 등등. 여러 플랫폼을 활용하며 진행하려고 한다. 최근에 알게 된 '네이버 오지큐'라는 플랫폼은 카카오보다는 꽤 진입장벽이 낮다고 알고 있다. 대략 제안 승인된 후기를 보니, 카카오에서 미승인 처리된 이모티콘을 보강한 후 오지큐에 제안하니 승인처리가 된 분도 몇몇 있고. '웃기는' 이모티콘 콘셉트는 변함이 없다. 이 장르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장르라고 생각된다. (고퀄리티의 귀엽기까지 한 이모티콘을 보면 약간 부럽기도 한다.)


#6.

아직은 결과는 아니고, 이모티콘 작업이라는 '과정' 중에 있지만,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달리고 있는 내가 조금씩 조금씩 좋아진다. 긍정적인 효과도 나오니, 이 작업 꽤 좋은 구석이 많다. 나름 내 이모티콘을 쓸 타깃층도 설정하면서 실제 대화에 적용했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보니 더 즐겁다. 과정 중인들 어떠하리.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에 조금씩이지만 걸어갈 수 있음에 기쁘고 즐겁다. (후의 결과도 긍정적이었으면 좋겠다, 흐흐) 내가 좋아해서 하는 일들이 예전엔 만족만 하고 끝났다면, 요즘의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다. 내가 좋아해서 한 일들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응이 좋다면 수익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소소하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잡을 뛰고 싶다! (투잡에 열망이 넘치는 직장인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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