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오사카 여행을 망칠 뻔했다

표준 렌즈로 본 오사카의 피로함

by 나날 곽진영

세 아이와 3박 4일의 짧은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이미 첫째와 다녀온 도쿄 여행의 기억이 눈부셨기에, 오사카행 비행기를 예약하는 손길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P’ 특유의 느긋함으로 바쁜 일상 속에 비행기표와 숙소만 예약한 채 시간이 흘렀다.


출국 3일 전, 부랴부랴 펼친 오사카 여행 책과 유튜브 화면 앞에서 나는 뒤통수의 서늘함을 느꼈다.

'​아뿔싸, 실수했다. ​조금 더 깊이 찾아봤어야 했는데.'

오사카는 쇼핑과 맛집 정보만 가득. 정말 이게 전부일까? 당혹스러웠지만 돌이키기엔 늦은 시간. 애니메이션과 J-pop에 푹 빠진 두 언니의 취향에 동선을 맞추는 것으로 겨우 마음을 다독였다.


​그럼에도 여행은 여행. 낯선 공항에 내려 숙소행 열차에 오르는 순간까지만 해도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눈발이 날리는 오사카성을 걸을 때도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잠시 놀랐지만, 아이들과 우산 나눠 쓰고 얘기하며 걷는 길이 꽤 괜찮았다. 그러나 나의 기분 좋은 설렘은 딱 거기까지였다. ​


숙소에 짐을 맡기고 도착한 신사이바시는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이었다. 쇼핑몰에 들어서면 숨이 막혔고, 유명하다는 음식들은 끝도 없이 줄이 길었다. 그 줄 끝에 서서 먹는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길은 만무했다. ​결국 도망치듯 들어간 스타벅스 귀퉁이 자리에서 테이블에 머리를 묻었다.


"내가 정말 나이를 먹었나?"

씁쓸함이 밀려왔다. 이렇게 에너지가 고갈되다니.

남은 힘을 쥐어짜서 도착한 덴덴타운. 아이들이 애니메이트를 신나게 누비는 동안, 나의 다크서클은 발끝까지 내려왔다. 지병처럼 따라다니던 허리 통증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다급히 일정 종료를 외치고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그대로 뻗어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겨우 눈을 뜬 밤 9시. 정보는 가득하지만 정작 나의 취향은 없는 여행 책자를 덮고, AI 검색창을 열었다.


​"나는 고즈넉한 골목의 공기를 좋아해. 화려한 간판보다는 주인장의 고집이 담긴 작은 가게, 세월이 묻은 풍경과 소박한 먹거리가 있는 곳. 오사카에도 그런 장소가 있을까?"


나의 취향을 줄줄이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특히 도쿄의 야네센 지역(오래된 골목과 정취가 살아있는 곳)을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려 오사카의 비슷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도 했다. 과연 AI는 오사카의 첫날에 실망한 나에게 제대로 된 안내를 해주었을까?


나의 렌즈를 닦고 다시 바라본 오사카의 2일 차.

AI가 건네준 새로운 지도와 함께,

진짜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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