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자서전
[이 사람은 그 시커먼 몸집에 얼굴이 없음을 깨닫고 절망한 다음]
신을 향해 거칠고 쉴 곳도 없는 산을 기어오르다가 지쳐 미끄러지고 쓰러지기 얼마였으며, 피투성이가 되어 일어나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이 또 몇 번이었는지를 누구에게 나는 얘기하겠는가?
어디에서 나는 나처럼 수많은 상처를 입은 불굴의 영혼을, 내 고백을 들어줄 영혼을 찾아내겠는가?
중략.
생애에서 마지막 남은 몇 년 동안에 이 사람은 그 시커먼 몸집에 얼굴이 없음을 깨닫고 절망한 다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정상(頂上)을 깎아 얼굴을,
자신의 얼굴을 주기 위해 온갖 공포와 오만 속에서 어떤 새로운 투쟁을 벌였던가!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불굴의 믿음] _ 빛작
나를 불태우던 때가 있었다.
열정이면 다 되는 줄 알았고
길이 열리면 이룬 줄 알았고
정상을 오르면 끝인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열은 식으니, 그 열정은 소모되는 것이었고
길은 막히니, 그 길은 시작이 아니라 끝이었고
맨 위는 하나이니, 그 끝은 내려가는 것이었다.
뜨거움의 다음은 차가움이
열림의 다음은 닫힘이
오름의 다음은 내림이
진즉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불굴의 믿음이 필요했다.
잃어버린 열정은 다시 타오를 것이고
막혀버린 길은 다시 열릴 것이고
기울어진 면은 다시 고르게 될 것이라고.
거칠고 쉴 틈 없는 산중에서
방황하고 고뇌했던 그때는 이미
성숙하고 새로운 나와의 만남을
예견하고 있었을까?
본 브런치북 '빛나는 문장들'은 인문학 서에서 발췌한 글귀와 저의 짧은 글을 담고 있습니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빛작 연재]
화 5:00a.m. [빛나는 문장들]
목 5:00a.m. [빛나는 문장들]
토 5:00a.m. [아미엘과 함께 쓰는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