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코토바노하오토"에서
'일본 사람들은 혼자 밥을 먹는 게 자연스럽다더라.' 어디선가 들은 이 말은 일본인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학생 때는 혼자 밥을 먹느니 아예 안 먹거나, 에너지바를 대신 먹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혼자 저녁을 잘도 먹는다. 7시에 일이 끝나고 칼퇴근을 한다고 해도 8시 정도 되어야 집에 도착해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냥 회사에서 먹는다.
혼자 먹기 좋은 자리도 발견했다. 앉으면 창밖을 향하는 1인 좌석용 긴 테이블은 대개 혼자 식사하는 분들이 띄엄띄엄 앉는다. 그리고 이미 한 칸 건너 한 칸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자리에 한 칸의 여백을 두지 않고 앉는 건 어딘지 쓸쓸함을 1인분 추가하고 개인 공간을 0.5씩 뺏어오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내가 발견한 자리는 샐러드바 앞, 벽을 등진 테이블이다. 샐러드바를 오고 가는 분들과 눈이 마주치는 어색한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을 보고 앉지 않고 벽을 등지고 앉는다. 그럼 쓸쓸한 느낌, 고립된 느낌보다 트여있는 느낌, 여유롭게 홀로 식사를 하는 느낌을 받는다.
혼자 밥을 먹으면서도 절대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하나하나 씹으며 앞을 응시한다. 함께 먹을 때도 가능한 먹을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밥 먹는 순간마저도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나름 당당하게 시선을 피하지 않고 먹다 보면 혼자 먹는 행위를 선택했고, 주변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적당한 속도로 먹을 수 있다.
이번 교토 여행 마지막 날, "코토바노하오토"라는 가게에 왔다. 주택가에 위치해 있고, 너무 조용해서 놀랐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안주인이 인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가정집에 실수로 들어간 줄 알았을 것이다.
같이 온 일행이 있어도 혼자 책꽂이에 꽂힌 책을 보다가 식사가 나오면 먹고 사진을 찍고 두런두런 조용히 얘기를 하다가, 다시 자기 속도로 식사를 한다.
옆 테이블에 여성 두 분은 각각 와서 인사를 하고 밥을 먹다가, 지금은 식사와 디저트까지 먹고 각자 책을 보고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일행인 것 같다.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고 고요하게 흘러간다. 대부분 여자 손님들이다.
그 와중에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와 음식 냄새가 퍼져온다. 지글지글하는 소리도 들린다. 직접 요리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어렸을 적 엄마가 집에서 저녁 하는 소리를 숙제하며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고양이가 함께 하는 저녁 식사. 자연스레 한 공간에서 각자 다른 일에 몰두하고, 서로의 존재를 살짝씩 의식하는... 여기는 식당과 집, 도서관을 묘하게 섞어 놓은 공간처럼 보인다.
이번 교토 여행을 하기 전 나의 일상은 혼잡했다.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떠나고 싶어'와 '조금만 쉬고 돌아오자'의 중간 어디쯤.
이번 여행의 목적을 "쉼"으로 정했다. 다시 못 올 공간이기도 하지만, 두 번 주어지지 않을 시간이기에 그 시간을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즐기고자 마음먹었다.
지금까지 여행을 돌아보면,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돌아오면 쓰러져 자고, 다시 다음 날 일정을 소화했다. 교토는 세 번째인데, 안 가본 곳도 많았지만 제대로 교토에서 "쉼"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북카페를 찾아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코토바노하오토"였다.
그 공간의 모든 것은 고요하고 정갈했다. "고양이와 기차" 식당 주인의 취향은 명확했고, 공간에 자기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리적인 공간의 넓이가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취향의 시간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 역시 고요하게 본연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함께 왔지만 상대방의 식사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맛을 음미하며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일행과 소곤소곤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보고 있던 책에 돌아간다. 혼자 온 사람도 자리 한켠을 차지하고 앉아 글을 쓰거나 책을 본다. 한 명이 4명이 앉을 수 있는 상에 앉아 있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다.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무언가에 집중할 뿐.
그 풍경이 속의 경험이 새로웠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 모여서 각자의 시간을 고요하게 보낸다. 카페에 갔을 때와도 달랐다. 서로의 소리, 공간에서 차지하는 공기를 의식하면서도 내 생각, 내가 읽고 있는 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러? 고양이 파르페를 먹으러? 책을 보러? 그렇다면 여기가 아니라 다른 어디라도 좋았을 것이다.
내가 "쉼"을 찾아간 것처럼, 이들 역시 고요한 공간, 그렇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닐까. 나와 같은 방식으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묘한 안도감과 따뜻함을 가져다주었다.
가끔 이렇게 고요한 관찰자가 되어, 타인을 나인 것처럼, 나를 타인인 것처럼 살펴보는 것.
여행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꽤 괜찮은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