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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나 May 06. 2021

04.치앙마이 러이끄라통

길거리를 꽉채우는 많은 사람들과 하늘을 밝히는 수많은 등불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이런게 사람사는거구나'

그들을 따라 강가에 러이를 띄우며 기도를 했다.

"부디 편안하게 해주세요"




2019.11 치앙마이 태국

무작정 짐을 싸들고 방콕에 도착하긴 했는데 모든게 막막하기만 했다. 나는 여행자도 아니었고 그냥 도망자였다. 계획도 없고 내가 지금 있는곳이 어디인지 뭘해야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밀린잠을 자고 싶어서 일주일내내 잠만 잤다.

방콕 또한 내가 봐오던것과 크게 다른 풍경이 아니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며 다들 열심히 바쁘게 살고 있었다. 그것들이 보기 싫어서 나는 더더욱 호스텔밖을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잠만 잤던것 같다.


무작정 짐을 싸들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아무곳이나 표가 있는곳으로 가기로했다. 치앙마이가 뭔지도 몰랐다. 검색을 해보지도 않았다.

그냥 표가 있길래 치앙마이로 갔다.

분명히 최저가 가격을 체크하고 호스텔에 갔는데 지금은 페스티벌 기간이라서 두배가격이라고 한다. 응? 무슨 페스티벌?

호스텔 스탭은 진심 모르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러이크라통 페스티벌!"






러이끄라통 축제는 보름달이 뜰때에 열리는 축제니까 아마 우리나라 추석과 같은 날짜일것이다.

이미 많은 여행자들에게 등불축제로 유명한 태국에 아주 특별하고 큰 행사였다.

특히 치앙마이에서는 모든 소방서들과 공무원들이 협조하여 많은 등불들이 하늘을 채우는 장관을 볼 수가 있다. 등불때문에 방콕에서 오는 비행기도 오전에만 운행하고 버스 기차티켓도 예약을 하지않으면 구할수가 없다는데 나는 어째서 여기에 있을 수 있었던걸까?


저녁에 호스텔 길거리에 모여 앉아 핑강에 띄울 러이를 만들었다. 그냥 같이 앉아서 만들자길래 나도 만드는걸 배웠고,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는 지루한 길거리 공연을 보기도 했다. 왜때문에 다들 이렇게 열심인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들은 행복해 보였고 함께 행복해지기로 했다.




귀찮은데 꼭 등불을 보러 나가야할까?

핑강에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등불을 날리고 러이를 띄우는데 차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해서 택시나 버스를 타는것 보다 직접 걸어가는게 더 빠르다. 늦게까지 자다가 커피한잔 마시러나왔다가 몇몇 보이는 등불들에 이끌려 핑강까지 걸어갔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인파들이 모여 있었다.

이제야 내가 한국을 떠났다는 실감이 났다.

수많은 여행자들 가족들 친구들이 다같이 모여서 기도를 하고 등불을 날린다.

나에게도 조금씩 특별해지기 시작했다.

우연히 오게된 치앙마이에서 계획하지도 않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된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인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에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작게 숨어있는 강가로 자리를 옮겼다. 가로등이 없는곳으로 왔더니 등불이 더 예쁘게 사진에 담겼다.




그리고 러이에 불을 붙여 핑강에 띄웠다. 분명 아까 열심히 만들면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배웠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사람들이 하는데로 따라하면서 멍하니 강가를 바라봤다. 처음 만난 여행자 친구들과 함께 했지만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각자 많은 생각을 했거나 또는 비우거나 하지 않았을까





해가지면 각 호스텔 마다의 방식으로 촛불을 켜는데, 그 호스텔들이 모여있던 작은 골목이 나는 너무 그립다. 이때를 시작으로 나는 치앙마이에 돌아올때마다 이 골목에 머물었다.

송크란축제를 같이 즐기기도 했고,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떠나보내고, 여행 비수기에 텅텅 빈 골목을 멍하니 바라보며 다음 목적지를 계획하기도 했다.


이것이 나의 여행의 첫 시작 그리고 치앙마이의 첫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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