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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비 Aug 23. 2018

자식의 장소

어쩌면 부모는 자식에게 하나의 ‘곳’ 같은 것.



사람은 장소에 살지만
영영 머물진 않는다.

아이는 자라며 숱한 장소를 거치고
장소마다 각기 다른 기억을 품는다.

딛어야 지탱하는 생물이니
기억은 필히 장소와 얽힐 수 밖에.

그래서 같은 장소는 각자에게 다른 곳.

자식도 부모품에 머물다 떠나기에
어쩌면 부모는 자식에게 하나의 ‘곳’ 같은 것.

언젠가 아이는 자라 새로 머물 장소 찾아 머물던 곳을 떠날테고, 나는 공실 투성이의 변두리 빌딩처럼, 새벽 놀이공원의 벤치처럼, 그저 있다는 사실로만 있겠지만.

장소에 기억이 남고 기억이 장소로 이끄니,
다행스레 좋은 부모 몫 잘 해낸다면 언제든 다시 오고픈 장소로 품어지겠지.

나는 자라 어른 되지 않길 바랐지만 몰랐지, 장소가 될 줄은. 차라리 어른이 될 걸. 누군가 머물지 않는다면 장소는 생기를 잃을텐데, 가끔 그게 겁나기도 해서.

일찍이도 사서 걱정. 우리 부모님이 볼 땐 그야말로 시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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