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다. 글쓰기의 괴로움. 오죽하면 『칼의 노래』를 쓴 김훈 작가 같은 대가들도 백지를 보면 무섭다고 했을까?
김훈 작가도 구상을 하고 스토리가 전개될 때는 기분이 좋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잘 풀리지가 두렵다고 했다. 또 무엇을 쓰느냐 보다는 어떻게 쓸까에 대한 고민이 제일 크다고 한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겨우 쓴다고 말한다.
여기서 꾸역 꾸역이라는 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꾸역꾸역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러한 방법은 오래 걸리거니와 글쓰기 실력이 일정 수준에 올랐을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림 그리고 악기를 연주할 때 기본기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기본기를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물론 기본기를 다지고 나서는 그 이후에 나만의 개성 있는 글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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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글쓰기의 기술 내지는 방안이 있었다. 이를테면 기승전결과 같은 4단 구성으로 글을 쓰든지 기서결 3단 구성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설명문을 쓸 때에는 처음-중간-끝으로 논설문을 쓸 경우에서 서론-본론-결론 이러한 형태로 글을 쓴다.
글을 잘 쓰려면 그 문장에 알맞은 단어를 잘 선택해야 하고 그런 다음 기본 문장인 주어와 서술어 형태로 쓴다. 주어 서술어를 활용해 깔끔하게 쓰고, 이 문장들이 모여 하나의 생각 덩어리인 단락 또는 문단을 쓴다. 여러 개의 생각들이 엮은 문단들이 모여서 한 편의 글이 된다.
글쓰기 훈련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을 잘 쓰려면 자신이 흥미를 갖고 읽을 만한 자기 수준에 맞는 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내게 좋은 글은 아니다. 나의 눈높이에 맞는 글을 골라서 단락마다 중심 문장을 찾고 그래픽 조직자에 넣어보는 연습을 한다. 이러한 방법은 학생들이나 성인 글쓰기 수업이나 다 같은 방법을 적용해서 연습할 수 있다.
다음은 스티브 잡스가 타계한 후 수원대 이주향 교수가 쓴 칼럼이다. 3단 구성으로 되어 있다.
꽃비 같은 인생… 영웅은 미련이 없네 (1032자)
- 이주향 수원대 교수
꽃비가 내린다.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무상하게 사라져 가는 것들이 왜 저리 아름다울까? 무심하게 바람을 타고 떠나며, 떠나면서도 세상을 화사하게 축복하는 봄꽃들의 세상, 그 황홀한 세상에서 배운다. 무상한 세상을 충분히 누린 자만이 미련 없이 사라질 수 있다고. 이렇게 꽃비를 느끼다 보면 아등바등 열심히만 살아온 날들이 저만치 가면서, 소크라테스와 한 끼 식사를 할 수만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던 스티브 잡스의 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잡스가 사랑한 것은 소크라테스의 논리라기보다 태도였을 것이다. 논리는 책을 읽고 추론하면 되니까.
그러나 논리의 행간에서 배어나는 삶의 태도는 추론으로 배울 수 없다. 나는 생각한다. 잡스가 그리워한 소크라테스는 똑똑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독배를 앞에 두고도 고요하고 침착하게 자기를 탐구할 줄 아는 현자 소크라테스였을 거라고. 사실 소크라테스에게 애플의 모든 기술이 왜 필요하겠는가. 오히려 그것은 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와 하는 한 끼 식사에 모든 것을 던져도 좋다고 느낀 그 마음은 궁금하다.
한 끼 식사에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다? 잡스는 삶이 소유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존재였던 것 같다. 그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사업가도 아니었고, 돈의 권력을 즐긴 권력자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천지를 삼켰다가도 미련 없이 토해낼 뜻이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자를 우리는 영웅이라 부른다. 그래서 잡스는 그렇게 아까운 나이에 훌쩍 떠날 수 있었나 보다. 충분히 경험했으므로 미련 없이!
우리가 아는 영웅들은 그저 싸움만 잘하는 쌈꾼이 아니라 길 위에서 강해진 사람들, 자기 운명을 찾아가다 강해진 사람들이었다. 결국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것을 던지고 총총히 사라져 갈 만큼. 헤라클레스가 그랬고, 페르세우스가 그랬고, 아킬레우스가 그랬고, 헥토르가 그랬다. 모든 것을 내던져도 아깝지 않은 어떤 것이, 봄꽃처럼 피고 지는 허망한 인생 속에 숨어 있음을 꽃비를 맞으며 느낀다.
-출처: 조선일보, 2014.04.10
▶ 그래픽 조직자에 뼈대를 만든다
처음 서론 부분에서는 봄꽃들이 꽃비가 내리는 상황을 보여주며 세상을 배운다고 언급한다. 무심하게 떨어지는 꽃잎들을 보며 미련 없이 떠난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홀연히 떠난 잡스를 말하기 위해 떨어지는 봄꽃을 끌어다가 읽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본론 세 단락은 모두 잡스에 관한 것이다. 생전에 소크라테스와 밥 한 끼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한 잡스가 사랑한 것은 소크라테스의 삶을 대하는 ‘태도’였음을 분명히 밝힌다.
본론의 첫 단락에서 소크라테스의 삶의 태도를 말하고는 두 번째 단락에서는 자신을 탐구할 줄 알았던 현자 소크라테스는 삶이 소유가 아닌 경험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고 선포한다. 잡스가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충분히 경험했기에 가능하다고 정리한다. 그러한 존재들을 ‘영웅’이라고 부른다며 영웅에 대한 정의를 한다.
결론 부분에서는 영웅에 대해 재정의를 한 번 더 한다. 영웅은 길 위에서 강해지고, 운명을 찾아가다 강해진 사람이란다.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아킬레우스, 헥토르가 그랬으며, 모든 것을 내던져도 아깝지 않은 어떤 것이 있음을 꽃비를 맞으며 느낀다고 표현한다.
글을 잘 읽고 쓰기 위해서는 모범 글을 그래픽 조직자에 잘 정리한 다음에 공을 들여 필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