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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Aug 19. 2021

아나운서처럼 말하고 싶다

[신나는 글쓰기 6기] 3일 차: 나의 문제점과 보완하는 방법

막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너무 느리게 한다고 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10살쯤 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번에는 내 말이 너무 빠르다고 했다. 

말을 잘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잘 되지 않아 답답했고, 급기야 말을 하기 싫어지기도 했다.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약점, 말하기


교회에서 중등부 학생회 회장으로 선출이 되었다. 매주 주일, 중등부 예배를 인도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되었다. 너무 하기 싫어서 많이 울었다.


인생에서 가장 오래 했던 일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매일 하기 싫은 잔소리도 해야 하고, 가만히 있고 싶을 때도 말을 해야 하는 피곤한 직업이었다.


지난달 말, 팀 라이트 인사이트 나이트(특강 프로그램)에서 'MZ 세대의 우울증 극복기'라는 강의를 하게 되었다. 준비를 정말 많이 했지만, 강의할 때는 역시나 많이 긴장되었다. 그때, 줌 채팅창에 '말을 천천히 해주세요'라는 내용이 올라왔다. 양해를 구하고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지만 그런 말에 더 긴장하게 되므로 강의가 끝날 때까지 계속 신경쓰였다.


말이 빨라 상대방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자 '말하는 일'에 자신감을 잃었다. 그런데 속마음으로는 어릴 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억울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거다. 근데 말을 빨리해서 망칠까 봐 걱정되어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나의 말하기 직면하기


동생은 목소리가 꾀꼬리 같고 성우처럼 예쁘게 말한다. 가끔은 아나운서 같기도 하다. 그래서 물어봤다. 대체 너랑 내가 뭐가 다르냐고. 어떻게 하면 말을 그렇게 예쁘게.할 수 있냐고.


"언니는 생각한 걸 다 말하고 싶어서 빨리 하잖아."

"응, 그렇지. 너무 말하고 싶지."

"근데 아나운서처럼 말하고 싶기도하고, 그렇지?"

"응. 그렇지. 어떻게 하면 되니?"

"생각은 생각대로 두고, 말은 하기로 한 것만 하는 거야. 마치 대본을 읽듯이."


그러면서 나의 특성을 알려주었다. 내가 나름 천천히 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걸 동생은 알아주었다. 그러나 천천히 말하기를 시전해도 그것이 한 문장을 다 말할 때까지 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동생은 아나운서분들이 진행하는 온라인 스피치 강좌들이 개설되어 있으니 참여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말하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법


먼저, 내면을 살펴보았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라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었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상처가 되었나보다. 또 '말하기'가 잘 되지 않아 도전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시도 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각나 안타까웠다. 잘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자 반대로 '뭐라고? 다시 말해봐.'라는 말의 뜻이 '너의 말을 놓쳤어. 네 말을 이해하고 싶어. 다시 말해 줄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방법적인 면이다. 당장 스피치 과정을 수강할 사정이 되지 않아 '나만을 위한 스피치 과정'을 만들어 보았다.


첫째, 나의 특성을 잘 살려줄 온라인상의 멘토를 수소문했다. 나처럼 중저음의 목소리톤을 가진 '김주하 앵커'가 낙점되었다.

둘째, 말하기 연습을 위한 영상을 물색했다. 유튜브 MBN 채널에 가니 [김주하의 '그런데'] 프로그램 영상을 모아서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영상 아래쪽에 프로그램 대본도 실려 있어 연습하기에 좋아 보였다.

셋째, 말하기 연습을 하는 순서를 생각해봤다. [김주하의 '그런데'] 영상을 쉐도잉 읽기로 연습하고, 같이 읽기로 연습한다. 그리고 충분히 연습했다는 생각이 들면 나 혼자 녹음을 한 후, 동시에 재생시켜 얼마나 다르고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 수정한다.


마지막으로, 실생활에 적용시키기 위해 위해 팟빵이나 오디오 클립에 채널을 운영해볼 생각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성우들의 다양한 목소리 연기에 관심이 있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면서 놀았던 경험이 있는데, 이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해보고 싶어졌다. 






이 글을 써 내려 가는 건 쉬웠지만 발행 버트는 누르는 건 너무나 힘들었다. 공개하기 싫어서 말이다. 하지만 나의 단점 중에서 인생에서 여러 차례 발목을 잡았던 녀석, '말하기'부터 손을 봐주기로 하고 가볍게 발행버튼을 누르련다.



사진출처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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