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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Mar 30. 2020

아이를 아이비리그에 보내려면

인생의 특별한 관문

현실


2월 26일자 기사다. 


미국판 '스카이캐슬' 입시비리 사건에 연루된 대기업 상속녀가 25일(현지시간) 다섯 달간 옥살이를 하게 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제너브스는 입시 컨설턴트에게 10만 달러를 지불하고 두 딸의 미국 대학 입학학력고사(ACT) 시험 답안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에게 비치발리볼 특기생이라는 허위 경력을 만들어주기 위해 컨설턴트에게 2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한 혐의도 받고 있다.('미국판 스카이캐슬' 입시비리 대기업 상속녀 징역 5개월 | 연합뉴스 https://bit.ly/2UEHuj0)


입시 제도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빈부격차다. 이코노믹 리뷰에 따르면 미국의 빈부격차는 한국의 격차보다 훨씬 큰데 해마다 그 간격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적발된 일련의 대학 입학부정에서도 이런 부유층들의 학벌과 재산 대물림이 나타났는데 부정행위가 아니더라도 부유층들은 손쉽게 자녀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 경제조사국(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백인 학생 중의 무려 43%가 동문자녀 우대입학(legacy admission), 하버드 교수나 교직원 자녀, 운동 특기자 입학, 하버드 대학교에 돈을 기부한 부모나 친척으로 인해 입학한 4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나 조부모가 과거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면 상당한 재력이나 사회적 위치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하버드 대학교에 기부한 이력으로 인해 입학이 됐다면 엄청난 부유층이라는 것을 나타낸다."(https://bit.ly/2Ui4rcX)


미국뿐일까? 우리나라도 정치인들의 자녀 입시 비리 문제는 시시 때때로 터져 나온다. 입시비리는 비리를 저지를 정도로 입시가 힘들다는 것을 반증한다.


입시에 대한 기억


나 또한 입시에 대해 좋은 기억은 없다. 수능에 본고사, 면접까지 힘들었다. 게다가 고등학교 시절은 실력과 빈부 차이로 너무나 힘들었다. 고등학교 반 친구 중 상당수가 중학교 때 이미 성문영어와 정석을 다 뗐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랬다. (그것도 3-4번씩). 그들에게 수업은 복습에 불과했다. 입학 전부터 고등학교의 주요 과목인 영. 수를 다 떼고 온 이들과의 경쟁은 어려웠다. 내용을 따라가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알아야 할 내용은 너무 많았다. 아무리 발버둥 치며 공부해도 그 갭은 메우기 어려웠다. 


첫 시험 성적표를 보고 너무 놀랐다. 난 뒤에서 7등이었다. 꼴찌가 아닌 것에 감사해야 했나? 중학교 때 나름 우등생이었는데, 고등학교에서 나는 공부를 못하는, 집도 어려운 뚱뚱한 애였다. 선생님의 무시, 아이들의 미묘한 무시, 쉬는 시간에 자고 싶을 때 와서 자신의 어깨를 주물라는 아이. 그런 것에 저항하지 못하는 나 자신. 그런 대우를 받는 것에 견디지 못했다. 비교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비교하며 차별했다. 그 충격이 엄청났다. 엄마를 졸라서 주말반 학원에 등록하고, 저녁 자율학습시간에 따로 단과반에서 영어와 수학을 배웠다. 빈부 차이가 나는 그 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우울증이 심했다. 결국 힘든 입시를 통과하고 대학에 갔다. 내가 들어간 학교, 그게 그 출발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결국 직장인이 되었다. 그래서였나, 아이에겐 이런 입시지옥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비교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공부만으로 보내며 우울과 혼돈 속에 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입시 지옥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며 헬조선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했다. 미국은 좀 다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정말 추상적으로 막연히...


인생의 특별한 관문


<<인생의 특별한 관문>>(폴 터프 지음, 강이수 옮김, 글항아리), 이 책을 읽고 외면하고 있던 현실을 본 느낌이었다. 저자인 폴 터프는 뉴욕타임스 메거진, 뉴요커,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 등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활동해온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국의 학교 시스템과 교육 철학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연구를 했고, 2012년 에 출간한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는 아마존닷컴 종합 베스트셀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빌 게이츠 재단 2013 여름 필독서에 선정되었다. 그는 <<인생의 특별한 관문>>을 통해 "아이비리그의 치열한 입시 전쟁과 미국 사회의 교육 불평등"을 보여준다. 미국 입시 현실 속에 한국의 현실도 볼 수 있었다. 


<<인생의 특별한 관문>>은 미국의 빈곤층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의 사례와 자료를 기반으로 어떻게 입시 준비를 하고, 그 과정을 통과하며, 대학에서는 어떻게 적응해 가는지 보여준다. 책에서 언급한 한 보고서가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국세청 자료를 분석해서 만든 [사회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1. 명문대 졸업자일수록 고소득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2. 빈곤층과 부유층 아이들이 같은 대학에 가면 성인이 되었을 때 의외로 비슷한 성공을 거두었다.

3. 명문대학에 진학한 경우 부유층 학생보다 빈곤층 학생이 성인이 된 후 더 큰 경제적 보상을 얻었다.

4. 부유층과 빈곤층이 같은 대학에 다니지 않았다. (p.32-34)


돈을 많이 벌려면 명문대학에 가야 한다. 아이비리그에 가려면 부자여야 한다. 아니 부자면 아이비리그에 가기 쉽다. 


"미국 대학 교육의 계층화는 심화되고 있다. 대학 입학시험 고득점자들이 최고 명문대학으로 몰리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엘리트 명문 대학으로 몰리는 고득점자가 대부분 부유층이며 빈곤층 학생들은 전적으로 배제되고 있었다. 전문적으로 시험 공략법을 알려주는 고액의 사교육을 통해, 부유층 학생들은 명문대학에서 요구하는 만점에 가까운 시험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합력률이 6퍼센트에 불과한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 홈리스 소녀 키키의 이야기이다.


"학교가 제 전부니까요.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언제부터냐고요? 네 살 때부터 내네요. (중략) 그러니까 제 평생 가장 잘하는 걸 드디어 평가받는 거잖아요. 그리고 누군가가, 이런 경우엔 저를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나한테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 거예요." (p.17)


모텔에서 여섯 식구가 살던 키키는 공부를 잘해서 전과목 A를 받는다. 최고 성적인 학생들만 참여하는 반에 들어가고, 잠도 안자며 공부하며 대입을 준비한다. 엄청난 노력으로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다. 하지만 입학해서도 그녀는 차별 속에서 힘들어한다.


"키키는 한눈에 봐도 그들과 달랐다. 그녀는 흑인이었고, 프리셉트에 참여하는 유일한 흑인이었다. 키키는 동기들이 자기가 앉은자리 양옆을 비워놓고 나머지 의자를 꽉 채워 앉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키키는 이제 또 다른 방식으로 고립되었다. (중략) 키키가 프린스턴에서 만난 흑인 학생들의 부모는 대체로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와 기업가, 그리고 기업 임원들이었다." (p.153)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새넌이 꿈꾸는 현상, 즉 개인이나 집단이 새로운 사회적 위치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사회이동 social mobility(또는 사회 유동성)'이라고 부른다. 가장 기본적인 정의에 따르면 사회이동이란 어떤 사회경제적 위치에서 다른 사회경제적 위치로 수직 이동하는 것이다. (중략) 일정한 수준의 사회이동이 한 국가의 전반적인 건전성 확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구성원이 태어날 때 속한 사회경제적 계층보다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기를 갈망하는 사회는 생산적이고 희망이 있는 사회다." (p. 23)


하지만 미국의 빈부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사회 유동성은 줄어든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힘들다. 


이제 부모로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까? 부모로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폴 터프는 "공교육 활성화'라는 원칙을 내세운다.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기울어진 교육>> (마티아스 도프케, 파브리지오 질리보티 지음, 김승진 옮김, 메디치) 책도 찾아보았다. 이 책은 미국이나 중국 외에 다른 북유럽 국가들의 입시와 부모의 스타일이 다른 점을 언급하면서 학교 시스템과 이를 보상하는 사회적 구조가 명문대 입학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한 방에 모든 것이 걸려있는 대입 시험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경제 여건을 염두에 두면서 불평등 심화와 계층 이동성 감소를 불러 일으키는 입시 정책과 제도를 개혁하고 재 정비해야 한다고 한다. 개인의 자유와 더불어 기회의 평등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국가의 교육 혹은 저소득 계층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맺는다. 


시스템의 변화는 쉽지 않다. 갑자기 맥이 풀린다. 문제의식이 생겼지만 부모로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 부자도 아닌 게다가 나이도 많은 부모인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헬리콥터 맘이 되어야 하나? 나도 아이에게 명문대 가라고, 공부하라고 지금부터 채찍질해야 하나? 그것밖에 없을까? 기준과 잣대가 없는 나는 흔들렸다. 


"명문대 보내려면 몇 억 쓰는 사람들처럼 당신도 아이를 위해 쓸 수 있어?"

"간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다면 고민하겠지."

"보장이 어딨어 다 확률이지."

"그럼 안 쓰지."

"SKY캐슬처럼 입시 컨설턴트 지도받으면서, 아니 멀리까지 가야 하나 나를 봐도 그렇고. 남들은 빠른 길로 가서 돈 많이 벌고 위로 올라가서 임원이 되고, 사장이 되는데, 우리 아이는 늦게 가도 돼?"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라기 보다는 남편의 생각이 궁금했다. 


"돌아서 가도 (아이가) 갈려는 의지가 있다면 갈 수 있어."

남편은 이번에도 현답을 했다. 그 말에 폴 터프의 다른 책이 떠올랐다.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폴 터프  지음, 권기대 옮김, 베가북스)에 내가 원하던 답이 표지에 쓰여 있었다. 


"뚝심, 호기심, 자제력 그리고 숨겨진 성격의 힘"


입시 한방으로 이후 삶이 다 바뀌는 이런 시스템을 바꾸자는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이런 지옥에서 살아남을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성격을 길러주는 것이 내가 지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좀 천천히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다시 묵혀두었던 육아서들을 꺼내본다. 이런 내 모습을 보니 은유 작가의 글이 떠오른다. 


"좋은 글은 울림을 갖는다. 한 편의 글이 메아리처럼 또 다른 글을 불러온다. 글을 매개로 남의 의견을 듣고 삶을 관찰하다 보면 세상에는 나와 무관한 일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균형 감각이 발달한다. 이는 삶에 이롭다. 인간은 아는 만큼 덜 예속된다." <<글쓰기 최전선>> p.21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생각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 오늘도 독서를 계속한다. 


*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지만 내용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사용된 이미지는 depositphotos에서 개인적으로 구매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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