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학기 병원 실습 일기, 8주의 임상 실습 대장정의 이야기
2021년의 마무리와 함께, 3학년 2학기의 매듭 또한 무사히 지어졌다. 아무래도 가장 걱정이었던 학기이었어서인지, 학기 시작부터 긴장을 제법 했었고, 그로 인해 결론적으로 바라볼 땐 의도치 않게 굉장히 알차고 열심히 살아낸 학기였다.
3학년 1학기 때는 호흡기 병동 실습을 다녀왔었고, 여름방학 중에도 실습을 했었다. 그리고 곧바로 시작했던 3학년 2학기는 정말 미친 듯이 그리고 정신없이 지나가버렸다. 큰 산을 넘고 무사히 살아 돌아왔기에, 스스로에 대한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오랜만에 편입생 일기를 업데이트하러 왔다. :)
* 21년 여름방학 실습 (여성 간호)
내가 간호대에 편입하게 되면서 제일 기대했던 실습 2개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여성 간호 실습이랑 아동간호 실습이었다. 평소에 아기들을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고, 잘 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더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여성 간호 실습 그리고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에 따라 어떻게 간호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아서 두 개의 실습에 대한 기대가 자연스레 많아졌던 거 같다.
그리고 이번 여름방학 동안 여성전문 병원으로 여성 간호 실습을 나간다는 공지를 듣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물론 방학 때 실습을 하기 때문에 두 가지의 마음이 공존했지만? ‘하아.. 방학 때 실습이라니...’하며 귀찮은 마음, 그리고 ‘우앗 드디어 여성 간호 실습이라니!..’하며 설레는 마음이 딱 반반씩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병원 임상 실습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여성 간호 실습이... 코로나 증가세로 실습 시작을 얼마 앞두지 않고, 갑자기 교내로 대체가 돼버렸다...ㅠㅠ 진짜 어어얼마나 아쉬웠는지...ㅠㅠ 방학 중에 “병원” 실습이라 그나마 기대하는 마음이라도 가질 수 있었던 건데.. ㅠ 방학 중에 학교 가기는 싫다고요....ㅠㅠ
(아쉬워도 뭐 어째... 다행히 나는 현실 인정이 바르고 좋은 쪽에 더 크게 생각하려는 편이라 그나마 교내 실습 기간 동안 친한 편입 동기 언니랑 같이 배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름의 위안을 했다..ㅎㅎ)
그나마 학교 시뮬레이션실이 잘되어 있는 편이라,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아쉬운감이 없지는 않다. 교내 실습은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들이 영상과 과제로 대체된 실습이라, 병원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을 경험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 경험을 통한 배움을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거 같다.
* 3학년 2학기 8주 임상 실습 (지역사회 간호, 성인 간호, 정신간호, 아동간호)
편입 시작부터 가장 두려웠던 3학년 2학기가 결국에는 나를 찾아왔다... 가장 두려웠던 이유는, 쉴 틈 없이 들리는 ‘사망년’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달까...? 전대에서도 사망년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간호대는 왠지 진짜 사망년일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8주 동안의 임상 실습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실습은 둘째 치고, 8주의 실습을 나가기 위해 16주 치의 강의를 8주로 몰아들으며(더블 수업) 과목마다 조별 과제와 발표, 개인과제, 그리고 더블 수업 중간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까지 과연 무사히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의문으로 인한 걱정이 더 컸다.
그리고 예상은 했지만, 개강하자마자 1-2주 차는 실습지 배정부터 시작해서 더블 수업 몰아 수강하기, 조별 과제와 발표 준비, 개인과제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이후 나는 3주 차부터 시작하는 8주의 임상 스케줄이 지역사회간호-성인간호-정신간호-아동간호 각 2주씩 순서대로 확정이 되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8주가 어느 세월에 지나가련지.. 정말 숨이 턱턱 막히고 막막했던 기분이 생각난다.
1) 지역 간호 실습 - 동네 시니어 복지센터, 동네 보건소 각 1주
실습 첫 주, 시니어 복지센터에서는 그 지역의 여러 사업장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각 사업장마다 방문간호 가방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어르신들 혈압이랑 혈당 체크해 드리고, 어르신들 사업장에서 일하시는 거 일손 도와드리는 것이 주 업무였다. 뭔가 이때 부모님 따라다니면서 사역하는 느낌이랑 엄청 비슷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왜냐면 학생 입장에서는 혈압 재고 혈당 측정하는 것이 엄청 대단한 일이 아닌데, 해드리고 나서 헤어질 때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너어무 고맙다며 인사도 악수와 포옹으로 가득했던 순간들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부모님도 이런 맛에 사역을 한다 했었지... 하며 부모님이 어떤 마음으로 그 직업을 지금까지 계속해서 하시는지 진하게 경험하게 되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 또한 이런 따뜻한 마음의 채움이 내 직업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주는 내가 사는 동네 보건소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부서들이 있는데, 실습하는 일주일 동안 매일 다른 부서를 들려서 참관할 수 있었다. 건강증진실, 금연실, 치매 예방실, 예방접종실, 진료실, 이렇게 5개의 부서를 다 돌아보며 옵져베이션을 하게 되었다.
참, 보건소에서 실습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몇 있었다. 일단, 내가 사는 이 동네에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편이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줄은 몰랐다. 다문화 센터 방문간호 외근을 따라갔다가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괜히 우리 가족이 외국에서 살 때 느꼈던 이방인의 마음(?)이 생각나서 괜히 기분 몽글몽글 이상해지기도 했고..ㅎㅎ
그리고 치매예방 프로그램도 운이 좋아서 참관을 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 모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에 생각지도 못한 힐링되었다. 그분들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참가하는 이유나, 인생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너무 좋았는데, 뭔가 내가 살아온 시대가 아닌, 다른 세대를 가장 가까이서 엿볼 수 있는 기분이었다. 나라면 저 시대에 저렇게까지 열심히 살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그중에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다른 할머니께서 “좋은 것도 다 지나가고 나쁜 것도 다 지나간다이가...”라는 말을 꾸밈없이 툭- 건네신 정겨운 한마디에 내가 갑자기 울컥. 물론 바로 정신 후딱 잡으려고 허벅지를 스스로 꼬집-했던 기억도 오래도록 남을 거 같다...ㅎㅎ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