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이 그렇게 힘든 이유, 그리고 덜 힘들 수 있는 확실한 방법.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회사에서 보낸 합격 문자며 출근 안내를 위한 전화 통화며, 아, 얼마나 감격스러웠던가. 세상을 다 가진듯했고, 이 세상 승자들의 그룹에 나도 포함되었음에 밑도끝도없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가슴에 사원증 달고 직장인으로서 살아갈 삶을 생각하니 어찌나 설레이던지. 회의 들어가서 좌중을 압도하며 멋있게 내 의견을 얘기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했다.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미리 축배를 보냈다. 그렇게 첫 출근을 앞둔 전날 잠을 설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역시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설레임으로 잠 못들던 밤이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뜬 눈으로 지샌 밤으로 바뀌고, 하늘을 찌르던 자신감이 무너져내리는 자괴감으로 바뀌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입사 후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
회사라는 세상은 여러분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규칙들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여러분이 살던 세상에서 여러분은 대부분 '돈을 쓰는 주체'였다. 돈을 내고 밥을 먹었고, 돈을 내고 학원에서 강의를 들었고, 돈을 내고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다. 여러분을 돈을 썼고, '갑'의 위치에서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을'로부터 제공받아왔다. 그런데 회사라는 세상에서 여러분은 '회사에 돈을 벌어다줘야 하는 주체'로서 살아야한다. '을'에 가까운 입장에 서게 되는거다. 당연히 회사라는 세상의 규칙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여러분은 이 드라마틱한 역할의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기까지 제법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뇨! 저는 이미 그걸 다 이해하고 있어요.'라고 얘기하실 수도 있겠다. 맞다. 물론 입사하기 전에 이미 머리로는 이걸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힐 수 있다. 오히려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 부딪혀보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가 신입사원이었던 첫 해, 제 담당 사수였던 선배에 대한 기억은 아래와 같다. 아직까지도 너무 생생하다.
'한 번 알려줄 때 잘 듣지 왜 다시 묻냐'고 핀잔을 주던 모습.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 줘야 할지 모르겠네'하면서 한숨을 쉬던 모습.
'언제까지 하나 하나 다 물어볼거에요? 이제 슬슬 알아서 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라며 짜증을 내던 모습.
이런 소리를 여기저기서 반복적으로 듣고 있자니 내가 이렇게 멍청했나 싶었다, 자괴감이 들고 자신이 한 없이 작아졌다. 그러면서 마음 속 반대쪽 한 구석에서는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뭐 꼭 저렇게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좀 더 자상하게 차근 차근 알려주면 안되나?'. 그때까지도 나는 사실 내가 속한 사회가 변했다는 사실과 내 역할에 대한 명확힌 인지가 마음 속으로는 덜 된 상태였던거다. 사실, 직장 선배라는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생활 20년을 이미 해 온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렇다. 더 친절하게 알려줘도 되고, 더 시간을 허락해주고, 좀 더 자상하게 이해해줘도 문제될 것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신입사원 여러분의 대다수 선배 직장인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왜인줄 아는가? 여러분이 그들에게 '돈을 주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분에게 친절하다고해서 그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그러니, 그들은 여러분에게 친절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들은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기 위해 본인들이 해야하는 업무들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퇴근하고 싶을 뿐이다. 오히려 여러분들은 그런 그들이 시간을 추가로 할애해서 챙겨줘야하는 존재들일 뿐이다. 그러니 똑같은 말이라도 곱게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 조차도 사실 별 다를게 없었다. 불만이 많았고, 이해도 못했고, 자괴감에 빠져있었고, 자존감에 크게 상처를 받았었다. 그리고 이 기간은 상당히 오래 갔다. 무려 1년 넘게 그 상태로 회사를 다녔던 것 같다. 이 쯤되면 여러분들은 '내가 왜 이 글을 읽고 있나' 싶으실거다. 답이 없어보이니 말이다. 이제부터 답을 좀 드려보겠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모든 고통스러운 과정은 2년차가 되자 어느 한 순간에 놀라운 속도로 괜찮아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점은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던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회사의 일은 작게는 한 달 단위, 그리고 길게는 일 년단위로 반복된다. 일 년을 제대로 겪어냈다면, 그 다음해는 거의 비슷한 일정으로 유사한 성격의 업무들이 반복된다. 그 때부터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지난 한 해의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일 할 수 있는 상태, 즉 '혼자' 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입사 초반에 힘들어하는 신입사원들께, 제가 제 경험을 근거로 드릴 수 있는 말은 사실 간단하다. 1년을 기꺼이 힘들어하며 업무를 배워야한다, 그리고 2년차가 되었을 때 스스로 깜짝 놀랄정도로 나아질 것임을 확신하셔도 된다. 제 경우만을 얘기하는게 아니다. 20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무수히 보아온 신입사원들이 2년차가 되면서 바뀌는 모습을 보아온 결과를 말씀드리는거다.
여기에 조금 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는 그렇지 못했지만, 이랬으면 참 좋았겠다 싶은 그런 것들이다.
일단은 내가 속한 사회가 바뀌었다는 점, 그래서 내 역할도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을 최대한 빠르게 인지하시야한다. 그래야 내 직장 선배라는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다면 덜 상처받을 수 있다. 덜 상처 받으면, 어떻게든 자존감을 지켜내며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이 부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의 1년차는 제가 겪은 시간 이상으로 힘들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버텨내기 힘드실 수도 있다.
잊지말자, 어떻게든 보내야하는 1년이다. 그리고 절대 마냥 쉬울수는 없는 첫 해다.
분명히 말하건데 여러분의 2년차는 첫 해보다 훨씬 더 여러분엑게 친절하고 자상할거다. 비로소 내가 그리던 직장인의 모습에 한 발짝 다가갔다고 생각될거다.
다만, 저는 여러분의 직장생활 첫 해가 제가 겪었던 것 보다는 덜 힘들고 외로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