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으로 완성된 접촉
한파가 들이닥친 아침, 물기 가득한 시멘트 위로 누군가 핸드프린팅을 하고 지나갔다. 밤새 응결된 수분은 아직 얼음이 되지 못한 상태로 바닥에 남아 있었고, 회색의 시멘트는 그 애매한 상태—고체도 액체도 아닌—로 아침을 맞고 있었다.
손바닥이 눌린 순간, 시멘트는 잠깐 망설였을 것이다. 받아들일 것인가, 밀어낼 것인가. 결국 그것은 손을 받아들였다. 도시는 늘 그렇게 중립적인 척하면서도, 가장 먼저 접촉한 것의 편을 든다.
그의 손은 얼마나 차가웠을까. 이 질문은 온도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세계와 만날 때 감수해야 하는 조건에 대한 질문이다. 차가움은 언제나 외부에서 온다. 내부에서 생성된 차가움은 우울이나 권태라 불리지만, 그것은 기후가 아니다. 한파는 외부의 의지이며, 인간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손바닥이 시멘트에 닿았을 때, 그는 계절과 직접 협상에 들어갔을 것이다. 조건은 불리했고, 협상은 짧았다.
차가움은 통증보다 먼저 사유를 마비시킨다. 생각이 얼기 전에 감각이 먼저 움츠러든다. 인간은 언제나 사유하는 존재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감각의 상태에 따라 사유의 방향이 결정된다. 따뜻한 방 안에서는 관용이 가능하고, 찬 바람 속에서는 판단이 단순해진다. 한파의 아침에 찍힌 손바닥은 복잡한 의미를 담을 수 없다. 그것은 단지 ‘여기에 있음’이라는 최소한의 선언이다. 그러나 인간의 선언 가운데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드물다.
도시는 기억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도시는 기억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것을 사용할 의지가 없다. 대신 도시는 기록한다. CCTV, 로그, 데이터, 통계. 그러나 손바닥의 흔적은 그 어떤 기록 장치에도 남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작고, 너무 짧으며, 무엇보다 쓸모가 없다. 쓸모없음은 존재의 가장 진실한 상태다. 유용성은 언제나 권력의 언어이지만, 쓸모없음은 개인의 언어다. 시멘트 위의 손바닥은 철저히 쓸모없었고, 그래서 개인적이었다.
물기는 손금의 세부를 충실히 재현한다. 생의 우연한 굴곡, 반복되지 않는 선들이 잠시 외부로 노출된다. 손금은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압축이다. 수없이 쥐고 놓았던 물건들, 잡았던 손들, 밀어냈던 표면들이 남긴 흔적. 그 모든 것이 한파의 아침에 시멘트 위로 옮겨진다. 그러나 이 전이는 지속되지 않는다. 시멘트는 기억을 보존하기에는 지나치게 솔직한 물질이다. 그것은 곧 증발을 허락한다.
증발은 잊힘의 가장 우아한 방식이다. 파괴도 아니고 삭제도 아니다. 그저 다른 상태로 이동할 뿐이다. 물은 사라지지 않고 공기가 된다.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가능성이 된다. 쿤데라가 말한 ‘가벼움’은 바로 이런 상태일 것이다.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아무것에도 붙잡히지 않는 상태. 손바닥의 흔적은 무거운 의미를 거부한 채, 가볍게 사라진다. 그러나 그 가벼움이야말로 견디기 힘든 진실이다.
도시는 무거움을 선호한다. 기념비, 역사, 서사. 모든 것은 오래 남기 위해 설계된다. 하지만 개인의 삶은 대부분 가벼운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멈춤, 기록되지 않는 접촉,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선택. 한파의 아침에 손바닥을 찍는 행위는 그 가벼운 순간들 중 하나다. 그것은 영웅적이지 않고, 비극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더 진실하다.
그 손의 주인은 아마도 그 행동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한 사소한 행동을 과소평가하는 데 능숙하다. 의미는 대개 나중에 부여된다. 그러나 시멘트 위에 남겨진 손바닥은 의미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해석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해석하려는 시도를 무력화한다. 왜냐하면 그 흔적은 이미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대상에 대한 해석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한파는 인간을 침묵하게 만든다. 입을 열면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고, 말은 금세 식어버린다. 이런 날씨에는 사유도 짧아진다. 긴 문장은 호흡을 요구하고, 호흡은 체온을 요구한다. 그래서 한파의 언어는 단문이다. 손바닥을 찍는 행위 역시 단문이다. 그것은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이며, 곧 마침표를 찍는다.
아침이 깊어지고, 시멘트는 건조해진다. 흔적은 사라지고, 바닥은 다시 익명의 표면이 된다. 그러나 날씨는 남는다. 오늘의 날씨는 한파였고, 그것은 모든 것을 규정했다. 인간의 손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도시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차가움 속에서 한 인간은 세계와 접촉했다. 의미 없는 접촉, 쓸모없는 흔적, 가벼운 사라짐. 어쩌면 삶이란 이런 순간들의 총합일지도 모른다. 무거운 의미를 거부한 채, 날씨처럼 지나가는 것. 오늘의 날씨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것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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