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사무실에서 마실 따뜻한 커피를 생각하며 힘을 낸다면, 퇴근길에는 아이의 말랑하고 따뜻한 손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제는 제법 마주 잡기 좋을 만큼 커진 손. 현관문을 나서면 차에 있을 때를 제외하곤 늘 자석처럼 나와 함께하는 손. 그래서일까, 아이가 잠결에 칭얼댈 때도 손을 꼬옥 잡아주면 익숙한 감촉 덕분인지 다시 곤히 잠이 들곤 한다.
아이가 막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땐, 손을 잡고 걸을 때마다 매 순간 의식적으로 힘을 주고 있어야 했다. 작은 손을 언제 놓치게 될지 모르니까. 혹여 떨어져 걷기라도 하면 "시우야, 손."을 외치게 되고, 그럼 아이도 곧바로 내 옆으로 다가와 제 손을 내민다.
어느 날은 그 익숙한 풍경 속에서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시장에 다녀오던 길이 생각났다. 시끌벅적한 시장을 구경하면서 언니와 나는 앞서 걷는 엄마보다 뒤처져 있었다. 그럼 엄마는 빨리 오라는 말 대신, 한 손을 뒤로 내밀고 다섯 손가락을 두어 번 가볍게 오므렸다. 그러면 나는 얼른 뛰어가 뒷짐 진 엄마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다. 그 손짓은 우리만 알 수 있는 신호. 꿈에서라도 그 작은 뒷모습이 보이면, 그렇게 나에게 다시 다정하게 손을 흔들어 보이면 주저 없이 뛰어가 그 부드럽고 따뜻한 손을 잡을 테지.
우리는 언제까지 손을 잡고 걸을까. 그 시간이 최대한 천천히 왔으면. 고단한 하루 끝에 작고 말랑한 네 손을 잡고 함께 집으로 향할 생각에 기운을 낸 나처럼, 너에게도 어느 날 내 손이 다정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고단한 어느 길에 발걸음을 재촉할 힘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