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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현 Aug 20. 2024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절대로

나는 장담했었다.


"이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대학에 갈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절대 담배랑 술을 끊을 일은 없을 거야"

"내가 백수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혼자 살고 말지. 내가 결혼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이젠 절대 다시는 디자인할 일은 없을 거야"

"그 회사로 절대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야"

"비록 담배는 끊었지만 절대로 술을 끊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나는 잘 다니던 첫 직장을 퇴사했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대학에 진학을 했고, 영원히 필 것만 같았던 10년 피우던 담배를 끊었고, 평생직장이라 여겼던 회사를 6개월 만에 때려치웠고, 혼자 살 거라고 장담했지만 느지막이 결혼을 했고, 평생직업이라고 해오던 디자인을 때려치우고 외식업에 몸담은 지 5개월 만에 결국 본업으로 되돌아왔고, 다녔던 회사에 돌아가지 않겠다던 회사에 재입사를 했었고, 술 없이 무슨 재미로 살지라며 25년간 줄기차게 마시던 술을 끊었다.


이처럼 삶은 내 예상대로, 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세상에는 '절대'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대로 쉽게 호언장담을 하면 안 된다는 것도!




 '꿈을 빨리 이루려면 자신의 꿈을 주변사람에게 얘기하라. 그러면 그 꿈을 좀더 빨리 이룰 수 있을것이다.' 

이 문장은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중 하나이다. 주변사람에게 자기 꿈을 이야기해야지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라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것 처럼 현실속에서도 그대로 되면 좋으련만, 현실에선 매우 드문 얘기다.

내가 호기롭게 장담했던 많은 말들은 얼마가지 않아 흐지부지 유야무야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면서 난 우화 속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말았다.


 한때, 누가 원작자인지 모를 정도로 유사한 내용의 자기 계발서가 무수히 출판되던 때가 있었다.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며 이 책대로 실천하면 꿈을 이룰 것이며 성공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말했다. 책을 읽기만 하고 사소한 것 어느 하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서 무슨 성공하길 바라냐며 독자들을 꾸짖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하더라도 성공을 못한다면 간절함이 부족하다거나 열정이 부족하다느니 끊임없이 그래서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독자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박아버리고 책을 팔아재낀다. 나역시 그 가스라이팅에 넘어가 많은 자기계발서를 사서 읽었었다.


 간혹 책에서 하라는 대로 실천해 본 사람들이 나타나 저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저는 하라는 대로 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잘 되지 않아요? 제가 실천 방법이 틀렸던 걸까요?'

저자는 '실천을 했는데 잘 안되셨다니 안타깝습니다. 아마도 실천방법이 잘못되어 성공하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안그래도 독자님 처럼 실천하기 어려워 하시는 분들을 위해 실천편이 곧 출간될 예정이오니 확실한 실천법을 알고 싶으시다면 꼭 실천편을 읽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그리고 실천법을 더 쉽게 따라 할수 있도록 강의도 준비했으니 강의도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독자는 저자의 답글에 힘입어 마음을 다잡고 실천편 책을 사고 고가의 강의상품을 구매한다. 그렇게 책을 읽고 강의까지 보면서 방법대로 따라해보지만 결국 작심칠일 정도 버티다가 '나는 정말 안되는 놈인가?'란 의문을 품다가 '여러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기만 한다면 꼭 성공할 날이 올 것입니다.' 라는 저자의 말에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워보지만 강의를 반복 재생할 뿐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역시 의지박약자임을 재차 확인하고서 고가의 강의를 구매한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 배울 점은 있었어' 라며 고가의 상품을 구매한 것에 대해 애써 자기합리화를 하고 만다.


성공학 책에서 말하는 대로 실천만 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과연 저자들은 책에서 말하는 대로 실행에 옮겨보긴 했을까? 그리고 성공해 보긴 했을까? 


1+1은 절대 3이 될 수가 없는 것처럼, 안 되는 걸 된다고 하니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너무 의지가 약하다고 스스로에게 너무 뭐라고 하지 말길 바란다.

인간은 원래 태생적으로 의지박약의 동물이다. 기계가 아닌 이상 책에서 말하는 것대로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그게 원래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자하는 마음은 쉽게 먹지마음먹은 대로 꾸준히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그렇게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니 의지박약자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날수 있다.

다만 각자 원하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끈기 있게 꾸준히 실행을 반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전처럼 무턱대고 남에게 호언장담을 하지 않는다.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기 위해 말을 함에 있어 조심성이 생겼다. 특히 '절대'라는 단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도 섣불리 누군가에게 장담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그냥 실행에 옮긴다. 이것이 내가 찾은 끈기 있게 꾸준히 실행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러분도 각자의 방법을 터득해 양치기소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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