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리셋! 3월이 되면 차가운 바람에도 순간순간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봄이야말로 진정한 시작의 느낌이라 그런지 새해다짐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처럼 다가온다. 며칠 전 갑작스럽게 그리고 급속도로 아토피가 악화되는 바람에 새해다짐에 건강한 식습관을 급히 새로 추가하게 됐다.
아토피(Atopy)는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토포스(topos)'의 반대의미로 'A'를 붙여 '장소 밖'이란 뜻을 가지며 의역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혹은 '이상한 병'을 뜻하는데, 말 그대로 원인도 모른 채 너무도 이상하게 하룻밤만에 온몸에 두드러기와 일부 진물까지 발생해 버렸다. 작년 이맘때도 비슷하게 증상이 악화돼서 경구약과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었는데 크게 나아지지 않아서 한의원을 전전했었고 5월쯤 되니 나을 때가 된 건지 한약빨인지 알 수 없지만 아토피가 좀 진정이 돼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다시 아토피가 심해지고 보니 아무 음식이나 맛있는 걸로만 막 먹어온 죗값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뭐든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인데 배달음식이나 가공식품을 과하게 먹어 온 나의 식습관이 탈을 불러오지 않을 리 없다.
불행 속에서도 교훈과 감사함을 찾는 기독교적인 혹은 자기 위안적인 마인드를 발휘하여 아토피라는 작은 불행 덕분에 반강제로 식습관을 관리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더 큰 병, 즉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이토록 간지럽고 추하고 전신을 가려야 하고 잠도 설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작은 불행인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오늘부터 강제 리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