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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ra Mar 17. 2020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슴슴한 켄터키 일상 한 스푼 -3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긴급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보인다. 현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검사능력의 부족이다. 그러면서 늘 거론하는 것이 한국의 우수한 검사능력인데, 수치적으로 단순 비교하자면 한국은 하루 1만 명 정도를 검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3월 중순 현재 미국에서 검사를 받은 누적인원이 겨우 2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검사장비 및 시설 부족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미 중국과 한국, 이탈리아의 선례를 보면 알 수 있듯 감염 환자의 폭발적 증가가 피할 수 없음이 분명하지만 미국의 의료체계는 폭증하는 환자를 감당할만한 여력이 없어 보인다. 미국의 의료체계는 영리적 관점에서 필요한 수준의 장비와 시설만 갖추고 있기에 전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갑자기 폭증하는 환자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감염환자의 갑작스러운 증가로 인해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켄터키주를 비롯한 16개의 주에서는 3주 동안 휴교령이 내려졌으며, 정부에서는 10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자제하라는 새로운 권고안도 내놓은 상태이다. 지금은 유럽발 여행객 등 국외로부터의 입국이 제한되고 있는 정도이나, 조만간 이탈리아처럼 미국 내 지역별 이동마저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사람들이 모이는 곳 피하기 등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새로운 삶의 방식에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혐오범죄 증가로 인해 미국 사회에 살고 있는 아시아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생필품 사재기뿐만 아니라 총기류 및 탄환 사재기까지 발생하고 있는데,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아시아인들 중 인종혐오적 범죄에 대비해 총기를 갖추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는 뉴스까지 접하고 나니 정말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무지하고 저열한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인이라고 COVID-19 바이러스에 더 잘 걸리거나 바이러스를 더 잘 퍼뜨리는 것은 아니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사실을 미국 질병관리국에서 발표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는 정도이니 무지하고 저열한 인간들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닌 듯하다. 미국 현대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되는 9.11 사건 당시 미국에서 살던 중동인들이 겪었던 혐오와 차별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사는 렉싱턴은 인구 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한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에 별로 어려운 환경은 아니다. 아이의 학교가 3주간 휴교에 들어가면서 개인적으로도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기에 아직까지는 아시아인으로서 불쾌한 사건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언제까지 사회적 접촉을 피하면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위기상황이 오면 누구든 본래 민낯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전례 없는 전염병에 드러난 한국의 민낯은 투명한 피부와 반듯한 이목구비로 오히려 외국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이곳 미국의 민낯은 이제 막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지극히 평범한 시민들은 9.11 사건을 겪은 후에도 편견과 혐오를 극복하고 미국의 인종적 다양성과 포용력을 여전히 위대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아무도 넘지 못하는 거대 장벽을 세워야지 모두가 안전해진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이름 없는 선량한 시민들이 바른 판단과 지성으로 인종차별주의자들과 혐오주의자들을 스스로 배척하고 올바르고 당연한 가치들을 바로 세우기를 희망해 본다.


"각국 정부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를 책임지고 막아야 한다. 모두가 함께 협력하는 자세 없이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바이러스 문제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강경화 장관 BBC 인터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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