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몫은 가득한데
왜 내 에너지는 이거밖에 안 될까.
일을 아주 망쳐버리는 일은 없지만
왜 더 만족스럽게 해내지 못할까.]
공허하게 달려가다가 어느 날 멈칫한다.
하루를 다 살아내고,
또 다음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이 숨 막혀서.
모른 채 했지만 실은 버거웠던 거야.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날이 잦아진다.
답할 길이 없다.
애초에 이유 같은 건 없기 때문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눈을 지그시 감는다.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들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허리춤에 잠든 고양이,
친구의 다정한 선물,
작업에 몰두할 때의 나,
집구석구석에 있는 향초,
어제 사둔 딸기,
......]
나를 지탱하는 것은 이렇게 작은 것들.
삶을 다시 긍정하고, 다시 기대하고, 다시 힘을 낸다.
이렇게 끊임없이 내게 희망을 불어넣지 않으면
삶을 이어가지 못할 테니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이유가 아니라
[누구와, 어느 방향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