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생각

by 나른



그날 밤은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이 복잡해지는 잠 못 드는 밤이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작은 내 방에 눈을 감지 못하는 나와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내 마음인데, 내 마음을 아는 게 이리도 어렵다니. 한참동안 잠들지 못하자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나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내 마음을 쓸데없다 치부하는 내가 이상했다.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말은 누가 만든 걸까?'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의 기준은 뭘까?'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들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 통증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마음에 이상이 있을 때도 무언가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종 쓸데없는 것이 된다.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말은 보통 이런 식으로 쓰인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공부나/일이나 해."
"왜 쓸데없이 피곤하게 그렇게까지 생각해?"

쓸데없다는 말은, 사람의 마음보다 다른 것의 가치가 높아질 때

그래서

너의 마음을 무시하고 싶을 때
너의 마음이 궁금하지 않을 때
너의 마음이 하찮게 느껴질 때

사용된다.

사람에겐 마음이 있고, 그 중에 쓸데없는 것은 없다. 우리는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아무리 꽁꽁 숨기려 해도 우리가 살아있는 한 그것은 어디론가 어떻게든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 방법이 분노든, 침묵이든, 슬픔이든, 우울함이든 그것은 타당하다. 마음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깊은 관계는 그 쓸데없는 이유를 궁금해하면서 이루어진다. 쓸데없어 보이는 그것을 소중히 다루어줄 때 우리는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여유는 내 마음을 알아주었을 때 생긴다.

그래서 오늘도 쓸데없이 생각한다. 나에게 내 마음을 물어본다. 내 마음을 되짚어 본다. 너의 마음을 묻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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