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똔체홉극장[세 번 놀라다!]
우연한 기회에 성대 근처 골목 사이에 작은 소극장 안똔체홉 극장에서 일 년 내내 체홉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중간에 간간히 다른 작품들도 공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도 좋아했지만 체홉의 세 자매,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도 사랑했다.
이번 주는 《아마데우스》와 《시라노》가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며칠 남지 않아서 서둘러 예매 사이트로 들어갔다. 와~ 이 가격이 말이 돼? 동그라미 하나가 빠진 거 아냐? 시라노는 마지막 공연까지 매진이었고 아마데우스만 겨우 몇 자리 남아서 허겁지겁 예매하고 공연 당일 극장으로 갔다.
소극장이 원래 지하에 주로 있고 그 규모가 작은 것도 익히 알고 있지만, 요즘 아무리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라고는 해도 무대도 미니 객석도 미니 채 50석이 될까 말까 했다. 이렇게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고? 그것도 세 시간인데? 두 번째로 놀랐다.
게다가 내 자리는 맨 끝줄에 나무 벤치를 만들고 그 위에 방석을 올려놓은 자리니 등과 허리도 아프고, 무릎 앞 공간이 작아서 저가항공 이코노미석에 끼어 앉은 느낌이었다. 1부가 끝나고 휴식 시간에 앞에서 두 번째 줄 한자리가 비어 있는 걸 보고 그 자리로 이동해서 2부는 편안하게 관람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이야기는 영화로도 책으로도 워낙에 널리 알려져서 두 사람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연극에서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암시로 막을 여는데 조환 배우가 살리에리 역을, 최장천 배우가 모차르트 역을 연기했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질시한 살리에리는 자신에게 그러한 재능을 주지 않은 신에게 분노하면서 자신이 직접 모차르트를 몰락시키고야 말리라는 다짐을 하게 되고 오스트리아 요제프 2세 궁전의 궁정악장으로서 그 계획을 서서히 은밀하게 실행한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재미있게 보았던 나로서는 세 번째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무대의 소극장에서 겨우 10여 명 남짓의 배우가 세 시간 동안 극을 이끌어 가는데 조금도 지루하거나 딴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이들의 연기와 이야기에 몰입되어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 특히 살리에리와 모차르트를 연기한 조환 배우와 최장천 배우에게는 기립박수를 보낸다.
영원한 2인자로 알려진 살리에리의 독살설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서 진실은 살리에리와 모차르트 그리고 신만이 아실 것이다.
세심한 연출과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를 보고 좋은 극장을 하나 더 알게 되어 정말 뿌듯한 하루였다. 연극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음 연극은 뭐가 있지 하면서 검색해 보니 4월 말부터는 벚꽃 동산을 시작하는데 얼리버드 예매 창이 보였다. 잽싸게 얼리버드로 예매하고 나니 나는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의 기준이
- 제2외국어 구사하기
- 약자를 위해 용감하게 대처하기
- 악기 연주(또는 공연·전시 즐기기)
- 다른 사람을 위한 요리 대접
- 직접 운동(스포츠 즐기기)
반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은
-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 예금 1억 이상
- 급여 500만 원 이상
- 대형 자동차(수입 외제차)
- 해외여행 1년 1회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