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우리는 그냥 이대로 살자

결혼과 비혼 사이, 동거 (feat. 선우정아)

by 오춘기

오랜만에 지인이 유튜브 링크를 보내왔다.

"언니, 나 이거 보자마자 언니 생각남!"

링크를 눌러보니 선우정아라는 가수가 최근에 발표한 신곡의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다.

제목은 "동거"


https://youtu.be/cl9_Nl2bbgA

'선우정아'님의 '동거(in the bed)', 뮤직비디오


마치, 내 핸드폰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이 뮤직비디오의 장면 장면을 모두 대치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소름 돋을 정도다.



"맞어. 우리 이렇게 예쁘게 살고 있지"



나는 대학시절 자취생활을 끝내고 곧장 취직해 2-3년 정도 회사 기숙사에서 지냈다. 직장을 그만두고 졸지에 갈 곳을 잃었다. 비슷한 시기에 남자 친구도 직장생활을 졸업하고 지낼 곳을 찾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함께 집을 구했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두 번의 이사를 했고, 각자 다른 도시로 유학을 떠났다. 각자의 공간에서 지내다 돌아온 우리는 함께 지낼 공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세 번째 집을 구했다.


처음 동거를 시작할 때는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한것은 물론이고,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말하지 못했다. 남자 친구는 혹시라도 누가 나를 '결혼 전에 동거나하는 (되바라진) 여자애'라고 생각할까봐 나를 보호해주고 싶었다고 했고, 나 또한 왠지모를 부정적 시선들을 대놓고 무시할 만큼 멘탈이 강하지 못했다.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 받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유학시절 만난 친구들의 삶에서 "네가 틀린 게 아니야"란 위로를 받지 않았다면, 아직도 나는 동거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동거는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 이들의 불완전한 결합상태가 아닌 온전한 삶의 모습이라 정의하는 1인이지만 말이다.



스틸컷 하나하나가 우리다.



예술을 평가하는 기준의 하나가 동시대성이다. 작품이 동시대의 사회, 문화적 담론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느냐는 것인데, 나는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을 색안경 끼고 보던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을 선우정아의 노래를 통해 느낀다. 적어도 동거라는 단어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 - 예를 들자면 동거는 "방탕한 애들이나 하는 거야,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야"라는 낡은 인식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고 있음이 반갑다. 어차피 같이 살거면 그냥 결혼해서 “당당하게” 살면 안되냐는 부모님의 성화에 나는 언제나 “당당하게” 답한다.


“결혼 안해. 지금이 좋아”


선우정아가 부른 노랫말처럼 언젠가 우리는 그냥 이대로 살자 했고, 우리는 같이 그러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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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난 너를

아직도 사랑해

있잖아 우리는

그냥 이대로 살자

대단치 않아도

둘이서 매일을

조그맣게


우리 한 집에 같이

우리 하루를 같이

우리 여기에 같아

우리 이 길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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