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색은?
나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당황할 때가 많다.
다행히 오늘 질문은
비교적 길게 대답할 수 있는
주제 중 하나.
반가운 마음으로 적어본다.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색은
'빨간색'이었다.
빨간색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고 쨍한 느낌의 빨강,
Red 자체를 좋아했다.
어느 정도로 좋아했냐면
겨울 방학 전 아주 추웠던 어느 날
학교에 가기 위해
대문을 나선 나의 옷차림이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날 정도.
빨간색 롱패딩을 입고,
안에는 빨간 폴라티와
같은 색 코르덴 바지, 빨간색 양말까지.
(다행히 운동화는 빨간색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혹은 신발마저 빨간색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양말까진 모두 빨간색이었다는 사실)
어릴 때만큼은 아니지만,
선명한 빨강은 여전히 좋아하는 색 중 하나.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언제부터 무엇을 계기로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빨강은 '열정'을
느끼게 하는 색이었다.
삶에 대한 강렬한 바람,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조금은 더 성장한 모습이길 바라는
나아감의 의지를 잃지 않게
도와주었던 색.
나이가 들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인정하게 된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색과 나에게 어울리는 색이
다르다는 것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빨간색만큼 좋아하는 색들이 있었는데,
색의 느낌에 따라 사계절로 분류할 때
따뜻한 봄에 들어가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을 참 좋아했다.
그런데 나에게 잘 어울리는 색은
그와 정반대,
고채도의 차가운 겨울 색들.
정말 인간의 본성에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희구하게 하는 무언가 있나 보다.
어쨌든 지금은
나에게 잘 어울리는 색의
옷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좋아한다.